지금 내가 하는 일도 나로서는 결코 계획한 적이 없는 일이다.
우리 대부분도 그렇다. 우리가 택한 길은 주로 ‘우연히’ 접어든 경우가 많다. 지금 내가 하는 일도 나로서는 결코 계획한 적이 없는 일이다.
_사이먼 사이넥《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타임비즈)
거침없고 열정적인 테드(TED) 동영상 강의로 유명한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베스트셀러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라는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평범했다. 내 생각이 그랬고 행동이 그러했다. 병원에 출근해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 집에서 저녁을 보내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사실 보통의 직장인임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홍보, 마케팅 관련 실무자분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 왜 병원에서 근무하는가? 무엇 때문에 병원 홍보팀, 마케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일부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병원 관련부서에 취업한 분도 있다. 반대로 홍보, 마케팅과 관련 없이 병원에 근무하다고 이쪽으로 변경된 분들도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물 흐르듯이 흘러오신 분들도 있다. 기업이나 대형병원의 경우에는 홍보, 마케팅 전담부서가 따로 있고, 회사나 병원 측으로부터 지원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중소병원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는 겸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현직에서 간호사, 의료기사, 사무직, 코디네이터 등 본인의 전문직으로 입사했다가 우연찮게 홍보 일을 겸직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다. 누구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배울 곳이 한정적이라 생각했다. 강의도 제한적이다. 스스로 책을 선택했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났다.
지금 그 자리가 반드시 ‘당신’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차별화는 조직의 아무개가 아닌, 한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스스로의 생각이 일정한 틀 안에 갇혀 있다면, 틀에 박힌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먼저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_강민호《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와이비)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의 시작은 같았다. 다른 자기계발 서적처럼 애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좋은 사례와 델, 월마트의 좋지 않은 사례를 예로 들며 시작한다. 병원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이 책을 읽을 때 힘든 점 중에 하나다. 책의 좋은 사례들은 대부분 외국의 대기업 사례가 많다. 중소병원에서 홍보, 마케팅 실무자가 접목시키기에는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땐 달랐다.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가치관이 달라졌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게 되었다. 중요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병원에서, 홍보,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는 의미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이라는 내 일 때문이 아니라, 내가 믿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한껏 고무되어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흥분되고 신난다. 대의명분을 실현시킬 다양한 ‘무엇을’ 찾는다.
_사이먼 사이넥《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타임비즈)
우리가 택한 길은 주로 ‘우연히’ 접어든 경우가 많다. 책의 저자도 본인이 하는 일이 결코 계획한 적이 없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내 일 때문이 아니라, 내가 믿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한껏 고무되어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라고 얘기한다. 사이먼 사이넥 역시 마케팅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이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나의 Why는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이 일을 더 늦춰서는 안될 거 같기도 했다. 내가 병원에서 왜 홍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왜 방사선사도 하면서 홍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현실적인 답변이라면 두 가지 일을 하면 급여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며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달랐다. 이젠 좀 더 솔직한 나의 대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병원의 미션을 떠올렸다. 병원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의 중요성은 책의 후반부에 나온다. 근무하는 병원의 미션은 ‘우리는 누구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이다. 병원의 방향성은 이 미션으로부터 출발해 최종목적지인 미션에 도달한다. 병원에서 진료 받고, 치료받는 고객 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게끔 하는 의료 활동이 병원의 존재의 이유다. 그럼 나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쓰는 크고 작은 글들(블로그, SNS, 카카오톡 상담, 홈페이지 상담 댓글, 내부 안내문, 리플렛, 브로슈어, 각 부서 요청 서식 등)은 고객 분들에게 읽혀진다. 병원의 미션과 일치한다. 고객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그 글들이 감동이 되고, 긍정이 일어나는 것이 내가 병원에서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실무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미션과 개인의 미션이 일치될 때 본인의 존재의 이유가 생기게 되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완성된다.
내가 왜 병원에 근무하는지, 내가 왜 홍보, 마케팅 일을 하는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열손가락에서 나오는 자음과 모음이 어울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공감을 형성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이렇게 스스로가 정의를 내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타부서에서 업무 요청이 와도, 홈페이지나 SNS에서 상담글이 올라와도 그것을 대하는 마음과 행동이 달라졌다. 내가 쓴 글들이 고객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자발적 긍정의 힘으로 이 일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홍보, 마케팅 실무자라면 기억하자. 이미 출판된 수많은 병원매출, 병원성과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느냐에 대한 스스로에게 진실 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