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해석이 바뀌면 전략이 바뀐다.
글쓰기를 위해 세바시 대학에 입학했다.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전공 패키지를 수강했다.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영상들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무엇을 시청해야 하나 즐거운 고민이다. 한 달 내내 고민이다. 즐거움이 근심으로 바뀌려는 순간이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다. 졸업은 해야 하기에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의 강의실로 들어갔다. 전체보기를 클릭한다. 라이브 클래스 강의실에 들어가서 첫 번째 영상을 클릭한다. 글쓰기 위해 들어왔는데 마케팅 강의다. 마케팅? 데이터? 근데 익숙한 단어다. ‘아~ 내가 쓰고 싶어 하는 책이 병원마케팅 관련 내용이었지?’ 그렇게 설렘을 가지고 문을 두드린다.
그를 처음 만났다. 작은 액정 속에 그는 짙은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 편안한 면티를 입고 있었다. 예의 바른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강의를 진행한다. 데이터마케팅코리아 이진형 대표다.
데이터를 가지고 와인 시장의 동향에 대해 설명한다. 살면서 마셔본 적이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와인과는 거리가 멀어서 집중이 안 될까 걱정했다. 소주파의 쓸데없는 기우였다.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다. 검색 트렌드, 키워드, 시장 동향, 가격대 시장, 상품명, 판매처, 연령 등을 이용해 와인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강의를 듣는 그 자체만으로도 와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누구보다 더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신기했다. 데이터는 전문가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관련 데이터, 카테고리 검색어와 서브 검색어의 차이점, 샐러드 소비형태 변화 추이, 국민은행 콘텐츠, 치킨과 자동차 시장 비교 분석 등 다양한 예시를 통해 데이터 활용법을 알려주었다. 똑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으로 느껴졌다.
나의 직장은 병원이다. 한 때 블로그 운영에 심취했다. 지금은 많이 느슨해졌지만 그땐 매일 순위를 체크하고 고객유입 키워드를 관찰했다. 상위 키워드를 이용해 다시 제목을 정하고 내용에 자연스레 노출시켰다.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에 블로그 관련 그래프는 거침없이 우상향했다. 하지만 바쁜 업무 탓에 느슨하게 운영하게 되고 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이 강의를 만나고 나서 다시금 블로그를 돌아보게 되었다.
같은 데이터를 보여줬는데 데이터 해석하는 직원들의 역량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해석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해석이 바뀌면 전략이 바뀐다고 이진형 대표는 얘기한다. 마케팅은 데이터가 달라서 전략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사람의 능력이 달라서 전략이 바뀐다. 99%의 기업은 직원들을 교육시킨다. 뛰어난 1%의 기업은 데이터 해석에 뛰어난 전문가를 고용한다. 그리고 전문가는 딱 3가지를 제공한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숫자’를 알려준다. 두 번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의사결정’해 제시해준다. 세 번째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준다. 는 것이 이번 강의의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강의를 듣고 네이버 데이터랩에 접속했다. 정말 다양한 데이터가 분야별로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필요한 병원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엔 좀 부족했다. 그 부족한 부분은 소셜 데이터와 키워드 광고 센터를 통해 수집할 것이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내 경험에 따라 달라지겠지. 내 경험에 직원들의 경험을 더하면 조금 더 풍부한 활용방안이 생기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이 즐거운 고민이 근심으로 바뀌지 않아야 할 텐데.
내 이야기가 가능하려면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풍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자유롭게 연결할 때 얻어지는 메타언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부다. 내가 축적한 데이터를 꼭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데이터들에 관한 메타언어를 익히게 되면 데이터베이스의 일차적 목적은 달성된 거다. 이를 나는 ‘커닝 페이퍼 효과’라고 부른다.
_김정운《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21세기북스)
이번 강의를 듣고 정리를 하니 문득 글쓰기와 마케팅의 유사점이 생각난다. 바로 데이터가 풍부해야 한다.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려면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풍부해야 하고, 그 데이터를 자유롭게 연결할 때 얻어지는 메타언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니 사색과 여행을 통한 직접체험과, 책과 영화와 같은 다양한 간접체험을 많이 해야 한다. 부지런한 글쓰기는 더할 나위 없다.
당장 오늘부터,
데이터와 데이트?
글쓰기는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