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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song 꽃song Apr 14. 2024

백만 달러 짜리의 날

바야흐로, 봄

 

큰 개불알풀꽃 = 봄까치꽃

 발 밑의 개불알 풀무리가 작고 파아란 알전구를 켜놓은 듯 눈이 부시다. 여름에 맺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모양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에, 배시시 웃음이 나는 꽃. 봄이 되어 여느 풀꽃보다 조금 더 부지런한 개불알풀이 피기 시작하면 길을 걷는 발걸음 점점 느려진다. 그리고 발 밑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일이 더욱 잦아진다    



꽃마리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발 밑의 봄 풀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은 것, 하찮은 것에서 큰 아름다움,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맑은 시로 빚어낸 조향미 시인의 시구들이 생각난다. 눈을 들이 대고 보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눈치채기 힘든 꽃마리을 바라보며, "아유, 이 조그만 것 속에도 있을 것은 다 있네"하는 시인의 탄성이 들리는 것 같. 그 안에서 '한 치 기울어짐 없이, 완벽한 우주'를 감지해 내는 시인의 고요한 눈길도 만나게 된다.   


어린 잎새 위에서 통통 뛰놀며 경쾌한 음표를 그려대는 봄 햇살,


내게 말을 거는 듯 자꾸만 간지럼 태우며 살랑대는 봄바람, 


널따란 떡판에 고물고물 콩고물 묻은 인절미같이 보드라워진 봄 흙의 감촉,


잠깐 한눈 판 사이 쑤욱 쑥 한 번씩 고개를 내밀었다가도, 바라보면 시치미 뚝 떼고 있는 새 순이며 꽃대들.


 한결 순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부시게 찬란하다. 그린피어스의 '조금 소박하게'라는 책 속에 나오는 구절이 저절로 생각나는 날들이다. 


"백만 달러짜리 날, 우리는 너무도 귀중한 날들을 그렇게 부르지요. 그런 날에 제가 얻은 것은 1년 치 봉급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산문보다 시에 가까운 나날, 자주 그리고 앉아 백만 달러짜리의 날을 만끽하는, 바야흐로 이다.   






*큰 개불알풀꽃: 유럽 원산으로 두해살이풀 귀화식물. 꽃은 2~6월에 피며 개불알풀보다 잎이나 꽃이 크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이는 봄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식물의 역할을 상징하며 봄의 전령사로서 자연 속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꽃마리: 마리는 '~말이'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김을 말면 김말이, 계란을 말면 계란말이라고 하듯 꽃이 말려 있다는 뜻이 들어 있다. 꽃이 필 때 꽃차례가 말려 있어 꽃마리하고 한다. 우리나라 곳곳의 산과 들, 길가에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반그늘이나 양지에서 잘 자란다. 꽃은 4월부터 7월까지 계속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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