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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 속집에 '생기발랄'이 찾아왔다!(2화)

내 곁에 머물다 간 숲 속의 고양이 2 ('둥'자돌림 4남매 이야기)

by 숲song 꽃song
숲 가까이에 둥지를 튼 지 10년
아직도 그곳에 사냐고 묻거나, 언제 다시 도시로 나올 거냐고 묻는 지인들의 궁금증과 무관하게 나는 이곳에 잘 뿌리내리며 살고 있다.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인연이 그러하듯, 숲에 사는 동안 고양이들과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어느 날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또다시 시작되면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귀촌의 시작부터 내 곁에는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다.

(1화) https://brunch.co.kr/@bom0415/46





♣1화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둥'자돌림 4남매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무럭무럭 커갔다.

첫째, '둥일'이는 유일하게 수컷이었다. 맏이답게 늘 큰 동요 없이 듬직하고 묵직하게 행동했다.

둥일

둘째, '둥이(암컷)'는 밥을 많이 먹는데도 가장 늘씬하고 작다. 앙칼지고 붙임성이 최고다.


둥이

셋째, '둥삼(암컷)'이는 네 마리 중 가장 원만해 보이며 외모가 사랑스럽고 귀염성 있다.

둥삼


넷째, '둥사(암컷)'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표정이 없고 어쩐지 연약해 보인다.

둥사

둥이 남매들의 숲 속 생활은 늘 생기발랄했다. 적응력 또한 최강이었다. 높은 층층나무 위로 조르르 올라가 다람쥐처럼 나무 위에 앉아 있거나, 연못 위, 물 떨어지는 통나무 대롱에서 물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은 숲의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


내가 어디를 가든 네 마리가 졸졸 따라다녔다. 숲에 혼자 들어가기가 조금 망설여졌던 마음이 둥이 남매들로 인해 든든해졌다.


둥이들이 성묘가 되자 숲사냥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은 데크 현관 앞에 새의 쓸개 한 점이, 어느 날은 생쥐의 머리통이, 또 어느 날은 다람쥐의 꼬리가 달랑 놓여 있기도 했다. 한 번은 우연히, 둥이의 새 사냥을 보게 되었다. 산기슭에 내려앉은 새를 본 둥이는 조금씩 다가가 납작 엎드려 꼼짝 않고 새를 지켜보았다. 한참을 숨도 쉬지 않고 기다리더니, 새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땅을 살짝 비비적거리며 엉덩이를 들어 올려 날아오르려는 새를 덥석 물어 챘다. 내가 “안돼, 그만, 놓아줘. 새들도 살려고 태어났단 말이야.” 하고 소리치며 다가가자 둥이는 새를 물고 잽싸게 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생태계의 이치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눈앞에서 둥이남매가 새나 다람쥐를 잡아 희롱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었다. 어떨 때는 ‘어쩔 수 없지’ 하며 모른 척했지만, 어떤 날에는 막대기로 녀석들을 혼내며 살려내기도 했다.


둥이들의 숲사냥이 시작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풍경 중 하나가 사라졌다. 우리 집 둘레는 큰 바위들로 석축 쌓았는데, 햇살 좋은 한낮에 데크에 앉아 있노라면 다람쥐들이 바위를 타고 쪼르르 쪼르르 오르내리곤 했었다. 코스모스가 필 무렵이면 다람쥐들은 꽃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휙 낚아 다음, 여린 씨앗을 두 손으로 잡고 오물오물 맛있게 먹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귀촌하여 얻은 작은 기쁨 중 하나였다. 그러나 둥이남매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대신 둥이 남매의 생기발랄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까.

어느 날 '둥사'가 사라졌다. 낮에 함께 놀던 녀석이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대답이 없었다. 귀촌 초기 '*호롱이'가 흔적 없이 사라졌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둥사'도 *호롱이처럼 사라져 버린 걸까. 마음이 아팠지만, 한번 겪어봤기에, 비교적 담담하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몇달 뒤에는 '둥삼'이가 사라졌다. 호롱이와 둥사처럼 멀쩡히 잘 지내다가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이젠 '둥일이'와 '둥이'만 남았다. 둘은 늘 붙어 다니는 사이였다.

“그래, 너희 둘이라도 오래오래 여기서 살자꾸나.”

둥일이(왼쪽)와 둥이(오른쪽)

나의 바람대로 '둥일이'와 '둥이'는 집 밖으로 마실을 갔다가도 저녁이면 꼬박꼬박 돌아왔다. 함께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녀석의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았다. 둘이 늘 함께 있으니 든든했다.


그 후 2년이 지난 어느 날, 아무런 기미도 흔적도 없이 '둥일이'가 사라졌다.

'대체 사라진 호롱이와 사라진 둥이남매들은 어떻게 된 걸까?'
'둥이는 이 모든 미스터리의 순간을 알고 있을까?'
'홀로 남은 '둥이'는 형제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언제나 함께일 것 같았던 둥이남매들과의 숲의 시간들이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이제 '둥이'남매들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지만, 제일 붙임성 있고 앙칼진 둥이만 남았다. '둥일이'가 사라진 지도 어느새 2년 반이 지났다, '둥일이'가 있을 때는 멀리까지 함께 마실을 다녀오던 '둥이'가 이제는 거의 집에서만 머문다.


둥이

숲이 다시 고요해졌다.

오늘도 안쓰러운 마음에 '둥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뜨거운 마음을 전해본다.


“둥이야, 너만은 우리랑 오래오래, 이 숲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다오.”





내 곁에 머물다간 고양이들을 추억하기 위해 꽃밭에 세워 둔 고양이 테라코타


♥글에서 나왔던 '호롱이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상, 맨 첫 번째 이야기로 넣어야 맞는데 뒤로 빼어 나중에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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