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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song 꽃song Aug 29. 2024

우리 집 정원에서는 꽃들과 함께 말이 자란다

나를 가꾸는 정원

 

언화루(言花樓, 이 꽃이 되는 집), 숲으로 삶터를 옮기면서 이곳에서 하는 말들이 꽃과 같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은 우리 집 이름이다.

 그렇게 붙여진 이름, 언화루(言花樓)는  나의 말들이 사나워질 때마다  수시로 매서운 질문이 되어 나 부끄럽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단어다


 오늘 아침 꽃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정원에서만큼은 나의 말들이 꽃처럼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흐읍~ 흐음~ 아이, 좋다!' (매일 아침, 정원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내쉬며)


'예뻐! 예뻐!'(새로 피운 꽃을 보며 날마다)


'어머나, 아름다워라!'(나도 모르게 저절로)


'잘했어', '고마워'( 매일 수시로 꽃들을 둘러보며)


'애썼어'(새로 꽃을 피우거나 시들했던 꽃이 다시 싱싱해졌을 때)


'난 네가 너무 좋아'(아름다우며 개화기간이 아주 긴 꽃들에게)


'너는 어쩜 이렇게 예쁘니?'(산뜻하게 이제 막 피어난 꽃들을 보며)


'세상에나, 대단하구나'(힘겹게 싹을 틔우다가 당당하게 꼿꼿한 허리를 세운 꽃을 보며)


'힘내라, 힘! 힘내라, 힘! 힘!' (더디거나, 어리거나, 삽목 했거나, 새로 이식한 꽃들에게 가락을 붙여서  )


'힘내줘서 고마워.' (삽목 하여 이식한 꽃들이 꼿꼿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어머나, 너 살아있었구나. 미안해. 정말 다행이야~. 고맙다.'(살기 힘들거라 여기고 방치했던 꽃이 문득 바라보니, 살아 있을 때)


'미처 몰라봐서 미안해', '몰랐어. 네가 힘들게 있었던 걸. 정말 미안해'(목말라 시들 시들, 습기에 흐물흐물, 밟혀서 고꾸라질 때)


'어떡해, 네가 거기 있는 걸 못 봤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풀 뽑다가 싹을 밟은 걸 알아차리고)

 

'어서 와. 아유, 반갑다, 어디 있다가 이제들 왔니? 이렇게 너희들이 찾아오니 꽃 가꾸는 보람이 있구나. 고맙다. 고마워!'(소리 없이 찾아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신나게 빨대 꽂는 벌과 나비들에게)


'네가 꽃대 높이 앉아 있으니 정말 보기 좋구나. 빙빙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도 너무 좋아.'(잠자리들을 위해 원추리 같이 키가 큰 꽃대들은 꽃이 져도 남겨둔다. 어김없이 살며시 날아와 앉는 잠자리를 보면 너무 반가워서)


'좋다! 좋다! 참 좋다!', '어쩜 좋아~', '아흐~ 이 바람, 이 햇살 어쩌면 좋니'(아름다운 순간을 혼자누리는 게 안타까울 때, 발을 구르며)


'아아, 싱그러워!'(봄과 여름날 아침,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고 마침 한줄기 바람이 불어올 때)


'아흐~ 찬란하구나' (더없이 투명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에 모든 꽃들이 행복해 보이고 나도 행복해져서 )


'햇살은 진리야! 그렇고 말고.'(모든 걸 한 순간에 찬란하게 만드는 햇살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오늘은 괜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모든 걸 한 순간에 찬란하게 만드는 햇살에 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괜찮아, 네가 피고 싶을 때 꽃 피우렴', '네겐 아직 필 시간이 아닌가 보구나. 너는 너의 시간에 맞춰 피우렴. 급할 거 없어'(다른 꽃들 다 피고 지는데 전혀 꽃 피울 생각이 없는 녀석에게)


'지금이 네가 꽃 필 시간이구나! 잘했어.'(다른 꽃들보다 더디게 자란 꽃이 뒤늦게 꽃을 피웠을 때)


'드디어 피었구나. 어이구, 장하다! 대견해!', 너의 최선을 보여주고야 마는구나. 고맙다. 고마워!(더디 자라다 계절도 바뀌었는데, 마침내 작지만 꽃 한 송이 피워내고 지는 꽃을 만날 때)


'금방 올게. 이따 또 만나 나하고 노올자'(집안에 볼일이 있어 잠시 자리를 뜰 때)


'나도 잘 살아볼게. 너는 너대로  맘껏 살아보렴', '얘들아, 나랑 이곳에서 오래오래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보자'(걸을 힘이 있을 때까지 꽃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정원에서 하는 말에는 아무런 갈등도, 투정도, 불만도, 짜증도, 성냄도, 욕심도, 조급함도, 불안도 보이지 않는다.

 늘 가닿고 싶었던 '언화루'('言花樓',  말이 꽃이 되는 집)가 실현된 듯, 정원의 말들은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동안 내가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고 생각데, 오늘 보니 정원이 나를 가꾸고 있었다. 우리 집 정원에서는 도 과 함께 라며 꽃을 피우고 었다.


 선물처럼 10년 만에, '언화루'(말이 꽃이 되는 집)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공간이 하나 생겼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화루(言花樓, 큰 바위들위에 높이 세워진 집이라서 루(樓)를 넣어 이름 지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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