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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song 꽃song Oct 12. 2024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강을 건너는 비법

즐거운 자기 최면


 


 신나는 꿈을 꾸다가 결정적인 순간  잠에서 깨는 바람에, 허망하게 흩어지는 꿈자락을 부여잡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 적이 가끔은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꿈속에서만이 아니라,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종종 겪는 일이다. 그런 날이면 축 늘어지려는 마음을 애써 끌어올리고, 즐거운 최면으로 기분전환하려고 꺼내 읽 그림책이 있다.


바로 가브리엘르 벵상이 쓰고 그린 ‘비 오는 날의 소풍’이다.  

  

 소풍을 앞두고 셀레스틴느와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늦도록 짐을 꾸리며 즐거운 소동을 벌인다. 부푼 마음으로 잠에서 깬 셀레스틴느. 아끼는 인형 시메옹에게 저녁에 만나자고 인사지 나눈  후 에르네스트 아저씨께 달려간다.


 그런데 어쩌면 좋아!

밖에 비가 와서 소풍을 갈 수 없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아저씨의 말에 셀레스틴느는  아쉬워하며 가방을 내려놓지 못한 채 상해한다. 그림책 속의 이 장면을 보고 있자셀레스틴느의 반응과 몸짓 어찌나 생생한지, 그림책을 보고 있는 나도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게 된다. '그림책에 그린 이야기들은 직접 체험했거나 관찰한 것들'이라 가의 말이  금방 마음에 와닿는다.  


 처럼 마음 달래지 못하는 셀레스틴느에게 에르네스트는 조용히 제안을 한다.

“비 안 오는 셈 치고 소풍을 가면 어떨까?”  


 항상 이 장면에 이를 때마다, ' 나라면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을 자기 최면 해법에 저절로 오호! 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여러 가지로 미숙한 엄마였던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지를 생각해 보면, 너무 뻔한 장면이 그려진다. ‘아쉽지만 비가 오니 별 수 없지’하는 마음으로 실망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쩔쩔맸거나, 다른 것으로 보상해 주려고 애쓰며 힘든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일과 육아로 한창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때,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강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을 때에 이 책을 알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다.

  

"와, 그렇게 해요. 아저씨, 우리 그렇게 해요!"    

  

 화들짝 반기는 셀레스틴느의 말에, 둘은 금방 즐거운 자기 최면에 빠져든다. '비 안 오는 셈치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아저씨, 쨍쨍 내리쬐는 저 햇빛 좀 보세요!' 하며 문밖을 나서는 셀레스틴느는 자기 최면의 끝판왕이다. 가히 둘은 환상의 조합이다. 그렇게 둘은 비 오는 날 소풍을 떠나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길에서 만난 친구가, 비 오는 날 아이를 데리고 무슨 짓이냐질책는 소리에도, 르네스트는 비 좀 맞는다고 어떻게 되겠냐고 호탕하게 받아치며 룰루랄라 소풍을 즐긴다. 게다가 남의 땅에 함부로 천막 치고 노는 걸 혼쭐 내러 온 땅주인까지 자연스럽게 소풍잔치에 끌어들여 그에게도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이쯤에 이르면, 뜻하지 않게 쏟아지는 인생의 비를  맞아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면서 음이 한층 가벼워다.

          

 가브리엘르 벵상은 말한다. “그림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에 이르면 마치 나도 그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온 후, 즐겁게 축배를 들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축 늘어지려 했던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세우며 견딜 만 해진다. 다시 한번 신나는 꿈을 꾸어 보고 싶은 힘을 얻는다.  


 

 어느덧 접어든 인생후반기, 이제는 상이 지루할 때면 이 최면을 걸 필요 없이 비 오는 날 소풍을 떠나보기도 한다. 촐촐히 비 내리는 아침, 찰밥 김치와 김, 그리고  커피를 챙겨 남편과 단둘이 는 비 오는 날의 소풍. 밖에 아무도 없는 계곡의 너럭바위 우산 속에서 아침밥 커피 한잔이 주는 낯선 행복을 찾아 즐길 줄 안다.


 삶이 계획하고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에는 언제나 생각하지 못한 변수와 굴곡이 따르기 마련이다. 뜻밖에 맞닥뜨리는 인생의 변수가 생각지 못한 걸림돌이 될지, 비 오는 날의 소풍처럼 멋진 선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러니, 가끔은 즐거운 자기 최면 걸어보며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인생의 강을 건너가 볼 일이다.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 우리의 삶을 또 어느 멋진 길로 안내해 줄지 누가 알겠는가? 한걸음 더 내디뎌 일부러 비 오는 날 소풍을 떠나봐도 좋을 일이다. 별일 없이 반복되 루한 하루가 인생에 단 한 번 뿐일 특별한 하루로 남게 될누가 알겠는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꼬이기만 할 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꽉 막힌 현실에서 출구가 필요할 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비 오는 날의 소풍’을 읽으며 마음을 환기해 봐도 좋겠다. 비 오는 날도 이렇게 멋진 소풍을 갈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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