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 앞에 이동식 도서관 차량이 서 있는 걸 종종 보았다. 차 밖으로 가지런히 꽃혀있는 책들이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한번도 그러지 못했다. 낯선 곳은 도전과 모험의 장소였기에. 몇 발자국이면 다다를 것을 그렇게도 무거웠나보다. 그 무게가 많이 줄어졌지만, 가끔 무거울 때가 있다.
첫째가 도서관에 책가방을 두고 와서 찾으러 갔다. 내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교육 중 하나는 도서관에 함께 가서 책을 고르고, 한 책상에 앉아 잠시라도 책을 읽는 것이다. 좋은 기억, 좋은 추억으로 이미지화 되었으면 한다. 방과후에서 컴퓨터를 배운 첫째는 타자 실력이 제법 늘었는데. 스스로 책을 찾고, 대출도 해온다.
오늘 저녁에는 빌려 온 책들이 한몫했다.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은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하루를 정리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밤은 내일을 위한, 아침을 위한 시간이다.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았는지? 그렇게 마음의 중심을 들여다보며 뜸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변화와 성숙은 내 삶의 구석구석까지 잘 익도록 뜸을 허용할 때 일어나지 않을까. 부끄러운 마음, 미안한 마음, 후회하는 마음, 화나는 마음, 기뻐하고 감사한 순간들을 잠시 머리 속에 스케치하며 돌아보는 것이다. 아침이 새로워지고, 버티며 이겨낼 힘이 길러질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자기 전 독서 시간이예요. 그런데!!
요즘 점점 게임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아내가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책장 너머로 첫째가 보이네요. 이제는 스스로 책을 찾을 줄 알아서 좀 편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