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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경영실패 모습

1. 가치제공(Value Proposition)에무관심

가치제공(Value Proposition)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 함께 현대 경제학의 핵심 개념이다. 과거 궁핍의 시대에 회사들은 고품질 저가격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때는 가치제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되고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고품질 저가격으로 경쟁 우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말하자면 결핍을 채워주는 Push 마케팅 시대에는 고품질 저가격 개념으로 충분했으나, 흥미를 유인해야 성공할 수 있는 Pull 마케팅의 시대에는 가치체공 개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은 대체적으로 Push 마케팅 상황에 머물러 있으며, 그래서 가치제공에는 무관심하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이 가치제공에 무덤덤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인지상정이고, 만약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국민경제에 더 좋다.


사회의 모든 경제주체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혁신의 시대에서 가치제공에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만 아무렇게나 경영해도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눈치 없고 염치없는 노릇이다. 사실 공공기관은 "규모의 경제를 보장할 테니 비용 걱정하지 말고 가치제공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로 설립된 조직이다. 소위 사회적 자본, 외부효과, 시장실패 등의 개념이 바로 공공기관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한때 공공기관은 방만한 조직 혹은 적폐 조직이라는 오명을 덮어쓴 채로 민영화 혹은 사기업 방식의 경영 혁신을 요구받았다. 이제 그런 비난과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확실하지 않다.


가치제공은 고품질 저가격과 달리 어떤 기준을 정해 측정하기 어렵다. 사기업의 경우에도 대체적으로 사업에 성공하면, 말하자면 매출이나 수익을 보고 가치제공에 성공하고 있다고 사후적으로 판단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나 수익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매출이나 수익을 자랑하는 공공기관은 가치제공에 무관심한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사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의 기준은 아마도 고객만족도(CSI)와 직원만족도(ESI)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공기관의 경영성과평가에 고객만족도(CSI)를 측정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일응 이해할 수 있다. 


사기업의 경우에도 단기 성과에 집중하면서 가치제공을 무시하면 결국 지속성장에 실패할 수밖에 없듯이 공공기관 또한 가치제공을 무시하고 단기적인 고객만족도에만 매몰되면 지속성장에 실패하게 된다. 극적인 사례가 지난 2020년 4월 발표된 코레일의 고객만족도 조작 사건이다. 


당시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감사결과를 보면 ‘2019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와 관련하여 코레일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설문조사에 개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전국 12개 지역본부 중 8개 지역본부 소속 직원들이 자체 경영실적 평가(지역본부 또는 부서 단위)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많이 타기 위한 목적 등으로 설문조사 총 1,438건 중 15.4% 상당인 222건(208명, 1~3건)에 대해 코레일 직원이 신분을 속이고 설문에 참여한 것을 밝혀내고 코레일에 징계(9명) 등 관련자 30명을 문책하고 16명을 수사의뢰 조치 요구를 하였다.


과연 고객만족도 조작은 코레일에만 있었을까? 

고객만족도 결과를 성과평가에 반영하면 조직 이기주의(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의도 포함)로 인해 고객만족도 조사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조작을 한다. 애교 수준의 조작 사례로는 고객만족도 조사 대상자를 선정할 때 평소 친밀한 고객이 포함되도록 조치를 하거나 혹은 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고객에게 미리 연락을 해서 선처(?)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고객만족도 조사 설문 내용에 불리한 것을 제외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가치제공의  혁신을 위해 밝혀야 하는 불만이나 불평 요소를 처음부터 배제시킨 것이 된다. 

원래 고객만족도는 고객의 불편과 불만을 밝혀서 가치제공의 개선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때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매출이나 이익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이유는 샴페인을 터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밝혀 학습하는데 근본적인 취지와 가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객의 불편과 불만이 무엇인지, 그리고 고객의 만족을 제고하기 방안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이 없는 고객만족도 조사는 허무한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이 고객만족을 경영의 최고 지표로 삼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하다. 실제로 BSC 평가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어느 공공기관은 일반 사기업들이 최상위의 지표로 사용하는 "재무목표" 대신에 "고객만족도 목표"를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사후적인 실행에서 코레일과 같은 고객만족도 조작이 일어나면 차라리 지표로써 관리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런 문제가 초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조직이 가치제공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며, 나아가 조직의 이기주의 혹은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조직을 이용한다면 보다 많은 보상을 위해 편법이나 불법을 자행하게 된다. 경쟁사 혹은 대체재가 있는 사기업이 가치제공에 무관심하면 고객의 외면을 받아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은 가치제공 중심으로 효율화된다. 공기업의 경우 가치제공과 무관하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제공에 무관심할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드디어 가치제공과 무관한 방만한 경영에 젖게 된다.


공공기관 혁신의 최종적인 모습은 가치제공에 집중하는 경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사기업의 경우 외부 여건에 의해 생존과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가치제공에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서 성장 혹은 진화를 해나간다. 복잡계 이론 혹은 자기조직화 이론은 유기체적 성격의 조직 경영에도 시사점이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외부 여건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내부 동인을 찾아야 한다. 낙하산 최고 경영자자는 어쩌면 공공기관의 혁신의 계기로 가장 적합한 제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장 큰 이유는 사리사욕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에 의한 가치제공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면, 마지막은 조직원 밖에는 없게 된다. 만약 내부 조직원마저 사리사욕을 추구하거나 혹은 경영진의 사리사욕에 내몰리게 되면 혁신 가능성은 없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적폐 혹은 방만의 공공기관을 보면 대체적으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아무튼 공공기관의 경우 최고 경영자가 되었든 혹은 조직원이 되었던 조직 스스로 가치제공에 집중할 때 가치제공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방법은 미션(설립목적)에 집중하거나 업의 본질에 의존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이든 현장을 모르는 낙하산 최고 경영자가 Top-Down 방식의 경영을 한다면 결코 미션(설립목적)에 집중하거나 업의 본질에 의존한다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혁신의 성공 방정식은 단 하나만 유효하다. 그것은 현장의 조직원들이 미션(설립목적)에 집중하거나 업의 본질에 의존하여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이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공공기관의 경영혁신이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기업의 경우는 최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방향을 선택하거나 혹은 보다 경쟁력 있는 대체재 혹은 경쟁사가 있을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기어이 실패하는 조직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는 설립목적이나 미션이 분명하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고, 대체재나 경쟁사 또한 없기 때문에 노력만 한다면 실패할 수가 없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 혹은 시대의 변화에 적정한 수준의 대응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사전 대응을 하거나 혹은 민첩한 대응을 하지 않더라도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적자에 내몰리지 않기 때문에 다소 넉넉한 투자 혹은 예산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가치제공 혁신에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Agile 방식 혹은 Lean start 방식의 사업 추진은 사기업보다 공공기관에 더 적합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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