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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경영실패 모습

2. CEO의 자화자찬

광고와 홍보(브랜딩)는 마케팅과 경영에 중요한 요소인데, 진정성이 핵심이다. 그리고 조직의 지속성장 혹은 경영의 성공에서 CEO 브랜드는 중요한 요소다. 많은 조직에서 CEO 브랜딩에 노력하고, 동시에 CEO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그런데, 홍보에 진정성 없으면 쓰레기 메시지가 되고 광고에 진정성 없으면 사기가 된다. 이와 같이 진정성이 없는 홍보와 광고가 바로 자화자찬이다. 언론에 공공기관의 CEO 이름이 많이 띄면, 말하자면 공공기관이 CEO 브랜딩에 열심이면 역설적으로 열심히 경영에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낙하산 최고 경영자가 마지막 자리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나마 염치를 찾게 되고, 자화자찬을 꺼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퇴임 이후 다른 자리로 다시 한번 낙하를 하려는 욕심을 갖는다면 열심히 자랑을 하게 된다. 사람이란 어떤 대체로, 비록 취임 초기에는 욕심이 없었더라도 점차 後者의 입장이 되기 십상이다.


낙하산 최고 경영자가 선임이 되면 취임식을 갖고 기자회견으로 자랑을 시작한다. 이것이 자화자찬인 이유는 취임식이나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장밋빛 청사진에 의지나 사명감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진정성 없는 광고와 홍보에 해당되는 것이다. 


사기업의 경우는 CEO로 취임하기 이전에 최소한 "물려줘야 하는 조직"이라는 인식, 혹은 "경영자로서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영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나 의지를 갖고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낙하산 최고 경영자는 여러 이유에서 사기업의 CEO와 처음부터 다르기 때문에 사명감이나 의지를 기대할 수 없다. 만약 공공기관 CEO가 사후적으로나마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다면 최소한의 진정성은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사실 이것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공공기관의 CEO는 자신의 권위에 손상을 입는 것을 싫어하고, 나아가 자신의 사리사욕이 드러나는 것은 더욱 싫어하는 것 같다.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경영을 하는 공공기관 CEO에는 두 가지 행태의 경영을 한다.


첫째는 교과서적인 지시를 하는 것이다.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지시를 하면 이견이나 반대를 할 수 없다. CEO는 권위를 세울 수 있겠지만, 실행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어렵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서 결과를 보고하면, CEO는 높은 자리에 앉아서 책임질 일 없이 만족과 불만족으로 평가를 하면 된다.


둘째는 지시에 대해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다. 취임 초기에는 눈치 없는 임원이 CEO의 지시에 대해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는데, 곧 CEO가 이견을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CEO의 2% 부족한 지시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면서 무리와 가능하면 지시를 받지 않으려는 무리로 나뉘게 된다. 10년 정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임원과 부서장들은 모두 아부하는 직원으로 채워지게 되고, 그 이후에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재(人材)가 없게 된다.


이렇게 공공기관의 낙하산 최고 경영자가 편협된 지시를 하는 이유는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얘기하는 미션이나 업의 본질에 근거한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장을 안다면 안다면 논의 과정도 이해를 하고, 그 결과 더 좋은 방안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자신이 모르는 얘기가 전개되거나 혹은 결정된 방안이 더 좋은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낙하산 최고 경영자로서는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다.


사명감과 의지를 갖고 있으면 현장을 잘 아는 자신보다 뛰어난 참모는 고마운 존재인데, 그렇지 않고 권위적이라면 자신보다 뛰어난 참모는 건방진 놈이거나 혹은 모욕감을 주는 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소위 "그릇의 크기"에 대한 문제인데, 모름지기 그릇의 크기를 보고 CEO를 선발해야 하는 것이지, 선발한 이후에 그룻을 키울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CEO의 자화자찬이 넘치는 상황이라면 이미 좀비가 되고 있는 조직이고 백약이 무효다.


한편, 자화자찬을 꺼리는 지혜로운 리더라면 이런 조직에서도 경영 혁신에 도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미션 중심의 경영 혹은 업의 본질에 근거한 사업 추진 등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사기업에서 흔히 도입되는 프리모 텀, 악마의 대변자 혹은 변증법 등의 의사결정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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