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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을 넘는 간신

공공기관 경영실패 모습

공공기관은 설립목적과 사업이 명확하고 성과보다는 책임을 중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업을 수행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관료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상명하복을 넘는 “간신”이 나타났다면 경영은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한나라 말기 학자였던 유향은 6 유형의 해로운 신하로 자리보전에만 급급한 “구신”, 아첨으로 연연하는 “유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인 “간신”, 거짓으로 타인을 끌어내리는 “참신”, 반역하고 불충인 “적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 등을 얘기했는데, “간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조직을 망치는 나쁜 참모의 대명사로 사용된다. 대부분의 직원은 늦게 출근해서 가능한 적게 일하면서 빠른 퇴근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잘못되어 동료나 고객이 불편을 겪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사리사욕의 관리자(“간신”)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성과 저해자라는 평판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조직에서 “간신”은 사장의 총애가 아니면 생길 수 없다. 사장이 사리사욕을 위해 조직을 장악하려면 “간신”은 훌륭한 도구가 된다. 결과적으로 사장과 “간신”은 나눠먹기를 하는 것이 된다. 이런 상황은 사실 관료화 조직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상적인 모습이다. 조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상명하복을 넘어 적극적으로 아첨을 하면 “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조직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사장을 보면서 일하는 관리자는 “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낙하산 사장의 경영에 대해 직원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친분이 있던 부서장과 팀장에게 “너네 경영이 왜 그래?”라고 가볍게 질문을 했다. 부서장은 “무슨 문제? 전혀 문제없는데?”라고 정색을 했고, 팀장은 “도대체 말을 들어야지요”라고 했다. 일견 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간신”이다. 단지 부서장의 아첨은 통했고, 팀장은 실패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대답은 “그럼에도 저는 제 역할을 합니다”가 될 것이다. 이후 새로운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었고, 부서장은 기획부서장과 본부장을 거쳐 퇴직을 했고, 팀장 역시 기획부서장을 거쳐 본부장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공공기관의 경영은 여전히 실패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 사례,

공공기관의 낙하산 사장이 오면 참모 중에는 “해외 진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아첨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장은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곧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고 위인설관의 인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인력이 기존 방식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성공은 어렵다. 물론 애초에 자화자찬의 수단이므로 실질적인 성과에 관심을 가진 직원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담당 임원과 부서장은 멋짐을 보여야 하는데, 도대체 내부에서는 보고할 창의적 아이디어가 없다. 부득이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제휴라는 이름의 손길을 보낸다. 실질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는 현지 업체는 공공기관의 접근이 무척 반갑다. 현지 업체의 얘기는 “간신” 자신의 아이디어로 포장하여 사장에게 멋지게 보고한다. 그런데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협력이 잘되지 않는다. 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이디어만 필요해서 접근한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사기라고 해도 변명하기 어렵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해외 사업을 추진한다고 홍보했으니 업계에서 문의가 온다. 통상의 문의는 적당히 대응한 뒤에 주간 보고에 활용하면 되는데, 눈치 없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향을 밝혀오면 곤란한 상황이 된다. 이때는 성사되지 않을 수준의 대가를 제시한 뒤에 반드시 이용하겠다는 공문으로 요청하라고 대응하면 된다.

 

이러한 상황은 “간신”이 있는 조직이라면, 특히 관료화된 조직이라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내부 고발자에 대해 관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무튼 무능한 자가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면 “간신”이 되고 조직은 부패한다. 조직 내에서 “간신”이 생기는 이유는 사장이 그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므로 쉽게 없앨 수 없다. 이렇게 3년 6년 9년이 지나면 조직은 관료화를 넘어 정치화된다. 그리고 드디어 내부 직원들이 “간신”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부러워하게 되면 노조를 포함해서 모두가 나눠먹기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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