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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설관 조직

공공기관 경영실패 모습

공공기관의 경영실패 모습은 조직에서도 나타난다. 조직은 내부의 여러 하부 기능들이 개별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유기적인 연계로써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 및 운영되어야 한다.

 

흔히 조직의 설계는 구조와 과정으로 나눈다. 구조는 관료제, 사업부제, 팀제 등과 같은 기능과 역할의 분할(체계)에 대한 것이고, 과정은 BPR과 같이 하부 기능들의 상호 연결 문제로써 단절이나 혼선 혹은 중복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과 관련된다.

 

조직은 유기체처럼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대응 및 진화해 나간다. 사기업의 경우 조직개편은 개별 기능들의 효율화보다는 전체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연계와 흐름의 개선에 집중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RPA나 DT는 업무 과정의 연계와 흐름의 혁신에 대한 것이다. 반면 공공기관의 경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개별 기능들 간의 연결과 흐름이 아니라 각 기능들의 역할과 책임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공공기관에서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면 대부분 조직개편을 하게 된다. 이때 조직개편의 목적 혹은 명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실행하기 위한 것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위인설관을 위한 경우가 많다. 조직개편이 왜곡되는 것은 첫째, 낙하산 사장이 인재와 사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둘째, 직원들이 드러나는 불합리와 비효율 등 여러 문제의 원인을 조직구조의 탓으로 변명 혹은 자기합리화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화된 조직이 조직개편을 한다면 조직 장악이나 인사 나눠먹기의 수단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기관의 사업과 경영은 사실 어떤 조직 구조를 선택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사기업의 경우 최선을 다하더라도 시장에서 경쟁력에 뒤처지는 상황에 처하면 조직을 개편하거나 혹은 BPR 등의 방법으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는 경영과 사업의 성공을 위해 혁신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관료적이고 정치화된 공공기관에서 선제적인 시도를 하면 부패나 사상누각의 위태로움이 초래될 수 있다.

 

예컨대 낙하산 사장이 선임될 때마다 사업본부제에서 기능본부제로, 다시 사업본부제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혁신적인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이렇게 된다. 사업본부제와 기능본부제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사업본부제를 채택하면 인재 부족의 문제가 나타나고, 기능본부제에서는 사업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져서 남 탓이 난무하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조직구조만 바꾸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렇게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어 해결하는 것은 낙하산 사장과 정치화된 조직의 기득권자에게는 자해(自害)와 같기 때문에 그렇게 선택을 한다. 결국 공공기관이 조직개편을 반복한다면 경영이 실패하고 있는 증거일 수 있다.

 

가끔 사업가적 스타일의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어 신사업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자화자찬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필연적으로 조직개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멋진 홍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신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을 혁신적으로 개편하더라도 기존 인력이 기존 방식으로 실행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는 이유는 신사업은 자화자찬을 위한 목적이며 조직개편은 위인설관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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