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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나눠먹기

공공기관 경영실패 모습

인사권은 경영의 핵심 수단이다. 조직 장악을 위해서도 인사권은 필요하고,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도 이른바 적재적소가 필요하다. 조직 장악의 수단과 성과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측면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영자의 의도 혹은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어느 측면이 부각되는지 결정된다. 


예컨대, 1945년 독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과 미군은 일본에 부역한 행정관료 등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활용을 했는데 그 이유는 단기적으로 기존의 시스템과 관료를 활용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 운동가인 이승만 대통령이 만약 일제에 부역한 관료를 활용한 이유가 단지 단기적인 대안 부재로 인한 것이라면 재빨리 대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사리사욕의 부적절한 의도가 있었다면 충성을 맹세하는 약점을 가진 관료가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영은 누가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성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측면에서 사기업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공공기관은 설립 목적과 사업 영역이 명확한 상황에서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선제적이며 창의적인 혁신은 불필요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전임 사장들에 의해 문제 투성이 상황이라면 드러난 문제만 해결 또는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공공기관의 인사에서 적재적소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경영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은 쉽고 실패는 어려운, 소위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랜 기간 방만이나 적폐가 누적된 상황이라면 낙하산 사장의 재임 기간인 3년 동안에 조직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3년 동안의 홍보와 자화자찬은 쉽게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이 경영에 매번 실패하는, 그래서 방만과 적폐라는 오명을 여전히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과 저해자"를 선발하기 때문이다.


성과 저해자는 조직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방해한다는 측면에서 소극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수준의 저성과자와 다르다. 사기업의 경우 성과 저해자가 없기 때문에 저성과자 대책이 화두인 반면에 공공기관은 저성과자보다 성과 저해자가 문제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공기관의 경우 사업의 영역이 명확하고 과정 또한 절차를 중시하기 때문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우수한 직원들이 저성과자가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임원과 관리자들이 요구되고 기대되는 역할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능과 부패로 인해 조직의 성과를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이다. 또한 이러한 성과 저해자 발생은 조직에서 의도적 혹은 묵인으로 초래한 상황이므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낙하산 사장이 사장이 되기 전에 사장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고, 또한 사장이 된 이후에도 사장에게 요구 및 기대되는 역할 수행에 관심이 없다면 굳이 적재적소를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경영의 실패하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성과 저해자를 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기적으로 대안이 없어서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기적인 경영을 할 때 그렇게 된다. 조직의 성과와 무관하게 사장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직책자를 원해서 선발한다면 결과적으로 성과 저해자가 된다.


성과 저해자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남들로부터 그런 평판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 능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역량과 잘못된 행동을 개선하려는 태도보다는 상명하복의 관료화에 더욱 집착한다. 이렇게 사리사욕의 경영이 6년 이상 연속되면 조직의 관리자들은 대부분 성과 저해자로 채워지게 되고,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의지가 강한 사장이 아니라면 조직을 정상화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독과점에 의존하는 공공기관의 사업은 무너지지 않는다. 현장의 직원들이 우수하고 성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하산 사장들의 홍보와 자화자찬은 계속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영 실패 현상 중의 하나에 인사 실패가 있다. 사기업과 달리 개선의 여지가 없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나눠먹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임원과 관리자는 낙하산 사장과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3년 동안 주고받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어 3년 동안 경영에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낙하산 사장의 선임과 함께 초기화된다. 사장은 3년 뒤 퇴임 이후 되돌아볼 일이 없음을 알고 있으며, 임원과 관리자 또한 3년 간 성과에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사장에게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려는 충성 의지를 보임으로써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결과 관리자들은 성과 저해자가 되는 것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과 노조에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혹은 사리사욕을 앞세운다면 개선의 여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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