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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누가 지키는가

공공기관 경영실패 모습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은 명에 대한 사대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전파와 현실과 실리를 위해 청과 화친이 불가피하다는 주화파로 나뉘어 논쟁을 했다. 명분과 실리의 다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의 나라를 망치는 어리석은 행태다. 주전파가 힘을 얻자 주화파는 "만약 전쟁을 해야 한다면 압록강 너머에서 하자. 백성을 지키자."는 수정 제안을 한다. 이것도 거부되었다. 결국 전쟁이 시작되었고, 왕은 도망을 치려다 실패해서 남한산성에 갇히고, 기어이 굴욕에 처해진다. 왕이 당한 굴욕은 어리석음으로 자초한 것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그러나 무고한 양민의 고초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점령하자 현지 주민 400여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난민처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목숨을 건졌다고 안도할까? 재산을 잃어버렸다고 아파할까?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자들의 모습과 도망친 대통령 뉴스가 오버랩되면서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국가는 외부의 침략으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부패로 망한다. 그렇다. 과거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국난을 겪게 된 것은 진실로 외적의 탓이 아니다. 그런데 나라를 지켜야 할 자는 누구인가? 과거 백성은 나라의 부패에 대항할 아무런 권리와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고초를 당하는 백성은 무능하고 어리석은 왕을 탓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의 주인은 시민이다. 투표를 하고 비평을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은, 국난을 당해 그가 난민이 되었을 때 과연 위정자를 탓할 수 있을까? 그렇게 모두 남을 탓하면서 도망치면 나라는 누가 지키는 것일까?  


조직 또한 국가처럼 외부의 경쟁자로 인해 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부패로 망한다. 과거 직원은 단지 인적자원으로써 생산수단에 불과했고, 조직의 생사는 경영자의 몫이었다. 만약 직원이 사리사욕으로 조직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경영자가 나서서 관리하고 통제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직원은 핵심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되었다. 조직의 부패를 막고 지속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역할은 갖게 된 것이다. 이제 직원은 조직의 위태로움에 대해 남 탓을 할 수 없다.


오래전 A사의 전무와 저녁을 먹으면서 들은 얘기다. "우리 회사는 실무자가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일이 잘못되어 회사가 어려워지면 그것을 견디고 극복하는 것은 직원의 몫입니다. 그래서 직원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그 말에 공감하면서 내가 한마다 거들었다. "실무자가 더 잘 알기도 합니다."


현대 경영학의 위대한 성취는 (1) 주주를 넘어 이해관계자를, (2) 저가격고품질을 넘어 가치제공(Value Proposition)을, (3) 수익을 넘어 지속성장을 발견한 것이다. 직원 모두는 주주와 경영진과 함께 조직을 지켜야 하는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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