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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영 Feb 13. 2022

<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


<모두들 위한 기독교 교양> - 손성찬 지음, 죠이북스펴냄, 2022 






요즘 같은 시국에는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이긴 해도

온오프 통틀어

나의 지인들은 모르시는 분이

거의 없기도 할 것이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던 크리스천이라는 것.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절친들도

다 교회에서 만난 이들이 대부분이고

남편도 교회에서 만났으며

지금은 주 1회 예배드리러 가는 것이

뭐 나의 종교활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젊었을 적에는 꽤 열심을 가졌던 적도 있다.

시간이 흘러 그때 같은 열의는 없어졌어도

아이들이

바른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 컸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속 큰 바람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물을 흐려놓았는지

사람들이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없음을 넘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회나 목사가 등장하면 십중팔구는 거대 빌런인데

이제는 그것도 클리셰에 가까울 정도니 

나참 뭐라고 할 말도 없고



사회에서 온갖 민폐를 끼치며 부정과 불법을 보란 듯이 저지르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본인이 진리요 복음이라는 걸 외치는 것을 볼 때마다, 이제는 과학계에서 논의조차 안 되는 괴랄(?)한 창조과학이니 뭐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젊은 지구론을 가르치는 걸 볼 때마다, 안티 백서도 모자라 카톡으로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퍼트리고, 극우세력의 선봉장에 서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나 큰 분노와 함께 아아 정말 저런 사람들 너무 싫다.라고 외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너무 졸렬한 행동 아닌가.




무슨 어린애들도 아니고, 모조리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는 가운데 나는 쟤네들과 달라요라고 선을 긋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십 년을 새벽 기도와 예배 참석에 공을 들였다며 선민의식에 넘치지만 정작 본인의 이기적인 성품과 욕심은 하나도 버리지 못한 사람도 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도해도 기본적인 사리분별도 못하는데 기도는 해서 뭐 하나... 나 같은 경우는 이게 좀 무서웠는데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예배 참석이나 말씀, 기도 같은 경건을 위한 행위들이 저게 다 무슨 소용..이라는 생각이 들 때의 무력감은 정말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바깥에선 저런 개독들 하면서 같이 싸잡아 욕을 먹고 교회 내부에서는 믿음이 없는 자로 치부되어 결국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외롭고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그래도 참된 믿음을 가진 분들이라 여겨지는 분들의 책들을 읽고, 설교를 들어가며 버텨온 나날이었는데.




얼마 전 손성찬목사님께서 책을 한 권 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이라는 책인데 나는 이 목사님을 <떠람데오>라는 팟캐스트에서 알게 되었다. 젊은 목사님인데 내가 실제 교회에서 만나는 목사님들과는 좀 결이 다른 분 같았다.(물론 페북에서 활동하시는 목사님들이 대개 그런 면이 좀 있기는 하다) 이 책 전에 <묻다 믿다 하다>,<일상의 유혹>이라는 책들을 내신 적이 있는데 방송을 들어봤을 때나 책을 읽어보면 좀 더 깊은 주제에 천착하셔도 될 실력이셔서 앞으로가 더 기대 되었다고 할까.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은 기독교 교양이라는 주제 아래 상당히 방대한 부분을 다루었다. 기독교가 무엇을 믿는 종교인지, 성경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일들을 걸쳐 오늘날의 정경이 되었는지,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과 교회사의 중요 인물까지 다 언급한다. 가톨릭과 유대교 이슬람교에 대한 부분도 있고, 그렇다면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 부분도 이야기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젊은 지구론에 대한 반박과 과학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챕터가 좋았었는데 오랫동안 새물결플러스의 정기독자인 우리는 여기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었고 아이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긴 하다. 그런데 요약을 너무 잘 하셔서 쭉 읽어내려가는 동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을까. 아이들도 성경과 과학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고 다루는 지점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꼭 읽어보라 소개하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정독했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생각했었다. 저자의 말씀처럼 성경과 기독교를 변증하려는 의도가 잘 드러났다고 본다. 다루는 분야가 매우 방대하지만 가독성이 참 좋고 문장도 단문에 막힘없이 잘 흘러가서 읽기 매우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룬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각 챕터 말미에 참고도서가 빼곡하게 표시되어 있으니 찾아 읽으시면 될 것 같고. 분량은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데 메모하고 마킹하고 그러느라 5일 정도의 시간 동안 정독해서 읽었던 기억이다. 특히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큰 사회적 비판에 직면에 있는 현실에서의 기독교가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들도 좋았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권력을 꾀하는 것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려 했던 것이 처절한 실패로 끝났는데 오히려 기독교는 대세가 아닌 소수였을 때가 가장 신실했었다는 점. 성경은 주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거룩함을 말한다는 것, 기독교의 복음은 나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되게 하는 것이라는 것과 언제나 낮은 자리로 흘러가고 낮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현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말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저자의 말씀을 보면 기독교인들이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읽길 바라시는 것 같고, 여러분들의 생각처럼 기독교가 그렇게 미개하기만 한 종교는 아닙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현재 교회를 다니며  별 지식 없이 관성적으로 믿음 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읽으시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차라리 이쪽임.ㅋ) 출간 일주일 만에 2쇄 찍으신다고 들었는데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나도 미력한 도움이 되고 싶어 오랫동안 독후감 안 쓰다가 거칠게나마 써보았다. 3년이나 되는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하시며 완성하신 책이니 한 10쇄는 거뜬하게 넘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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