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이라는 이름의 재시작

[7] 엄마가 되었더니 새해가 남다르다.

by 국경 없는 펜

연말과 새해가 되면, 없던 힘이 불쑥 솟아오른다. 잠시 놓쳤던 삶의 방향을 다시 더듬어보고 싶은 마음,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의지, 그리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고 싶다는 충동까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힘이든, ‘아직 살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연말과 새해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


2026년의 두 번째 해를 바라보며 이제서야 조심스럽게 지난 해를 돌아본다. 2025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변화와 감정의 파도를 겪은 해였다. 사는 곳이 바뀌었고, 내 몸은 이전과 전혀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주로 이주한 직후 임신을 알게 되었고, 계획했던 일들은 하나둘 멀어졌다. 바라던 해외 취업을 포기해야 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경험하던 도전적인 내 모습은 점점 흐려졌다. 그동안 나는 성취를 통해 나를 증명해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나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자주 무너졌다.


임신 기간 내내 건강을 유지했고 운동도 놓지 않으며 자연분만을 준비했지만, 출산도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갔다. 양수가 터진 후 48시간 대기, 8시간 진통 후 결국 응급 제왕 수술로 아기를 만났다.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삶 앞에 서게 되었다. 출산 후에는 타지에서 남편과 둘이 아기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몸도 마음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유 수유와 기저귀 갈이, 재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눈물이 마를 틈조차 없었다. 그렇게 어느새 새해가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나의 2025년은 ‘혼란, 무기력, 그리고 수용’의 시간이었다.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나의 오만함은 조용히 부서졌다. 대신, 삶이 내게 건네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삶을 향해 손을 뻗어보려 한다. 결과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태도만큼은 회복하고 싶다. 최선을 다했다는 감각은 어떤 결과 앞에서도 나를 지켜줄 테니까.

작고 소중한 아기

올해는 나를 믿고 이 세상에 온 작은 생명을 위해 지식을 쌓고, 마음의 근육을 기르고, 엄마가 아닌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정의하고 싶다. 혼란 속에서 멈춰 있었던 나를 다그치기보다 안아주고, 올해가 끝날 즈음에는 “그래도 잘 해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이, 비슷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아직은 많은 것이 ‘하고 싶다’에 머물러 있지만, 이내 곧 그 말이 ‘하고 있다’가 되고, 마침내 ‘해냈다’가 되기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니까. 이제는, 엄마가 된 나에게도 그 강함을 믿어주려 한다. 2026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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