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나 발레를 하게 될 줄이야.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동네에 발레학원이 있었다. ‘성인발레’라고 적힌 발레학원은 내가 퇴근할 때마다 불이 켜 있었다. 결혼식 준비 당시 유일하게 계속 사이즈가 늘어나는 신부였던 나는 운동을 하나 하려던 참이었다. 유독 내 눈에 들었던 발레는 사실 익숙하진 않지만 배울 기회가 한번 있었다.
나랑? 발레를?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친구가 발레를 같이 하자는 소리에 이렇게 답했다. 친구는 아파트지하에서(내 기억으론 그렇다) 발레를 하는데 나더러 같이 하자고 했다. 어린 시절 통통했던 나는 나보다 조금 더 통통한 친구가 발레 하자는 소리에 놀랐고 당연히 나와 발레는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세월이 흘러 운동이 필요로 했다. 사실 발레가 처음으로 한 운동은 아니었다. 스무 살 때부터 책 보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따라한 요가, 왠지 어릴 땐 남부끄러워 러닝머신과 바이크만 탔던 헬스, 뭔가 세련된 직장인이면 해야 할 것 같던 라틴댄스, 그리고 결혼식 전 살 빼기 위해 잠시 다녔던 필라테스 이 정도면 운동 노매드 되시겠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성인발레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어 보였다. 나는 내가 과연 수영복 같이 생긴 저 발레 레오타드라는 것을 입을 자격이 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고민이 되었지만 발레가 잔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고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준다는 소문에 나는 혹하여 발레학원에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발레학원이죠? 성인발레도 하는 것 같은데 상담하고 싶어서요. ”
그렇게 나는 발레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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