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나이가 들어도 크리스마스는 왜 이리 설레는지. 성인이 되어 크리스마스에 대하 무뎌질 때쯤 이제는 나의 아이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걸 보는. 아이의 순수함을 내 것 인양 온몸으로 느끼는 따뜻한 그런 날들이다.
지난달 해외출장. 선물 사가는 걸 질색으로 아는 나이지만 나보다 내 손에 쥐어진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가 어른거렸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가 없는 내내 나보다 내 손에 무엇이 들렸을까 기다렸을 아이. 그렇기에 무언가는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오다 눈에띈 초콜릿샵.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하루에 하나 초콜릿을 까먹는 어드밴트 캘린더가 있었다. 세 가지 사이즈. 큰 걸 살까. 캐리어에 안 들어갈 텐데. 머뭇거리다가 가장 큰 사이즈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아이는 예상대로 큰 어드밴트 캘린더를 보고 흡족해했다. 아직 12월까지 근 한 달이 남은 터. 아이는 어드밴트 캘린더만 매일같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12월 1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대망의 날. 아이는 아침을 싹싹 비운다는 조건하에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다. 1일 차 어떤 초콜릿이 나올지 궁금해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아침을 먹으며 남편과 나는 아이를 놀리느라 어드벤트 캘린더를 손에 들고 이쪽으로 옮겼다 위로 옮겼다. 아이의 눈은 캘린더에 고정! 식사를 마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1이 써진 뚜껑을 열었다. 곰모양 초콜릿이 나온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 그리 맛있어 보이지도 않지만 아이는 엄마! 와 이거 봐 곰모양이야! 환한 미소로 초콜릿을 한입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맛있어?
나는 묻는다.
엄청 맛있어!
아이는 대답한다.
초콜릿이 달콤한지 산타가 선물을 안겨주는 크리스마스가 달콤한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달콤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달콤한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