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장미가 꽤나 예뻤을 우리 집 올해 장미농사는 정말 망했다. 검은 반점이 생기더니 다 퍼져버렸고 남편은 장미 가지를 다 잘라내 버렸다.
이른 봄 수선화, 튤립, 명자나무, 철쭉 등 갖가지 꽃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꽃을 본 지 오래다. 마음이 헛헛한 나는 지난주부터 이름도 특이한 자금성 꽃, 노란 소국에 이어 이번엔 흰 장미를 집에 들였다.
잎만 떼어내면 다인 꽃들과 달리 장미는 명성에 걸맞게 맨손으로는 잡지도 못할 만큼의 가시와 가시 돋친 잎을 가지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가시와 잎을 제거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돈 좀 아낀다고 손질 안된 장미를 주문한 게 화근이었다. 가시를 제거하고 조심스레 꽃병에 꽂았다. 오늘따라 일찍 잠에든 아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칠라 게임삼매경에 빠진 남편 옆에 앉았다.
장미 좀 보겠다고 가시를 쳐내고 잎사귀를 한 보따리 잘라내고 나서 문득 생각이 떠올라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나 : 남편, 나 운이 좀 좋은 듯
남편 : 어떤 점이?
나 : 아니~장미이상으로 내 성격도 꽤나 날카롭고 모난 부분이 있는데 내 모습을 수십 년을 간직하고 있는 게 대단하지 않아? 다들 내 그대로의 모습을 지지해 준 덕분이 아닐까? ㅋㅋㅋ
남편 : Even you try to hide it, we know you have a kind heart. You are not a total bi***. 숨기려고 해도 너의 본성이 선한 건 알거야. 완전 못된 애는 아니잖아!
이 대목에서 좋아해야 할지 기분 나빠해야 할지 당최 갈피를 못 잡는 나.
아 그래, 나의 마음은 그러니까….. 장미 가시 아니구 장미와 같다는 뜻인거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