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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Oct 26. 2022

마당이 있는 삶, 화살나무

안마당의 3분의 1 정도 크기인 주차장 마당은 안마당과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북쪽이라 수국 같이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꽃을 가꾸기에 더 적합하기도 하고, 숲길 같은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아담한 크기의 정원과 건물 옆길을 활용해 나무를 지그재그로 심어주니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안마당에 있던 화살나무를 주차장 마당으로 옮겨 심었다. 화살나무가 키가 비슷한 색 셀릭스와 겹쳐 두 나무 모두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막대사탕 수형의 셀릭스에게 화살나무가 기가 눌린 듯 그 예쁜 단풍을 뽐내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화살나무를 독립시켜 주고 싶었다. 옮긴 화살나무 자리에 원래 배나무가 심겨 있었지만, 배나무보다는 화살나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만 몇 년을 컸는지, 이렇게 큰 나무는 뿌리만 캐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지금은 나무를 옮겨심기에 적합한 계절도 아니니 분을 크게 떠야 했다. 뿌리 정리를 하고 나서도 나무 무게에 흙 무게까지 더해 남편과 둘이 힘을 합쳐도 들어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배나무를 심을 때 틀을 짜 만든 벤치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해 놓는 수고로움을 거쳐야 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옮기길 잘했다.

자리를 옮겨주며 가지를 많이 쳐주었더니 원래보다 수형은 덜 예쁜데도, 화살나무가 "거봐, 여기가 내 자리 맡지?!"라며 빨갛게 물든 잎을 뽐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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