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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Dec 25. 2022

2022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다.

종교가 없는 우리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여느 휴일일 뿐이지만, 그래도 아이가 있으니 몇 가지 소품을 더해 파티 기분을 내주고 싶었다.


중학생인 아이는 이제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도 선물은 받고 싶으니 부모에게 자기가 갖고 싶은 품목을 전한다.

"산타 엄마, 산타 아빠~! 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 사 주세요~!"

아이는 영혼까지 끌어모는 애교로 사근사근 예쁘게 군다. 평소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때뿐인걸 알면서도 또 그렇게 아이에게 넘어가고 만다.


아이는 24일 오후엔 국악학원에서 파티를 한다고, 25일엔 친구들과 놀기로 했다고 한다. 같이 영화라고 보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휴일엔 온종일 가족이 함께였는데, 점점 아이 없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우리 부부는 워낙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 아이 없이 오히려 잘 놀지만(?), 남편과 둘이 가만히 앉아 아이의 부재를 생각해보니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기특하다.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끼니,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너무 많이 찍고 있었나 보다. 그만 찍으라는 아이의 핀잔에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투덜거린다.

"사진 많이 찍어서 포토북 만들면 네가 제일 열심히 보잖아!"

"그건 그렇네."

아이가 활짝 웃는다.

휴대폰을 다시 들어 그 모습을 담는다.


잔잔하고 소박한 하루가 지나간다. 딱 그만큼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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