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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Aug 20. 2022

아이가 등교할 때 뽀뽀뽀 ♪♪♪

우리 부부는 사이가 참 좋다.

내 감정이 오락가락 하든 말든 제 갈 길 간다는 정신으로 말도 예쁘게 하고, 애정표현도 잘하는 남편은 깐족대기는 또 어찌나 잘하는지 내가 버럭 거리면 어이없게 깐족거림으로 나를 웃음 빵 터지도록 만들어 도무지 싸움이 되질 않는다.

우리의 꽁냥 거림을 보는 사람들은 닭살 돋는다며 진절머리 내기도 하는데, 사실 우리는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우스워 더더더 닭살행각을 계속하게 된다.


친정식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 딸아이는 우리 부부가 아닌 다른 가족과 함께 다니려고 하는데, 누군가 부모 어디 갔냐, 넌 왜 부모와 함께 다니지 않느냐 물으면 딸아이는 이렇게 답하곤 했다.

"둘이서 또 알콩달콩하고 있겠지. 꼴 보기 싫어서 피해 온 거니까 내 부모를 나한테 찾지 마세요!"


딸아이의 그런 반응이 재미있는 우리 부부는 딸아이가 등교할 때  현관문 앞에서 둘이 입을 맞춘 상태로 대기한다. 무방비 상태로 집을 나서던 아이는 소리를 지르거나 못 본 척하는 등의 리액션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줬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의 반응이 달라졌다.  입을 쭈~욱 빼고 기다리고 있던 우리를 본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도전적으로 말했다.

"뽀뽀 말고 키스를 해봐. 해봐. 해봐. 해보라고!!!!"

아 C... 질색팔색 하던 어린이 버전이 재미있었는데...


오늘 아침, 남편이 뽀뽀하자고 입을 쭉 내민다.

정색한 얼굴로 내가 말한다.

"딸도 없는데 그 입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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