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뭐가 되면 좋겠어?"
"난 한 번도 네가 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왜?"
나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매년 학기 초에 제출해야 하는 학생기초조사서에도 희망직업(장래희망) 란을 기재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적는 칸은 수시로 바뀌어갔지만, 부모가 적어야 하는 칸은 공란으로 남김으로써 아이가 자유롭게 꿈꾸기를 바랐다.
"네가 사는 인생인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뭐 해. 네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한 거지. 부모는 네가 꿈꿀 수 있게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조력자일 뿐이야. 대신 꿈꿔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돼.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내 친구 A 있잖아. 걔는 글 쓰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은 그건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공부만 하라고 하신대. 우리 집은 내가 하고 싶다는 거 배우게 해 주고, 내가 원하는 거 하면서 사니까 A가 부러워하더라고. 그래서 궁금해졌어, 엄마는 나한테 원하는 게 없는지."
"A 부모님도 A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러시는 거지. 글 쓰는 건 뜻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공부하면서 꿈꿀 방법을 찾아보라고 A한테 전해줘."
아이는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음에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아이와 얘기를 나누던 끝에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네가 뭐가 되는지보다 중요한 게 생각하는 건 있어."
"그게 뭔데?"
"뭐가 되든, 무슨 일을 하면서 살든 네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사는 동안에도 분명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거든. 그때 넘어지더라도 주저앉아 있지 말고 다시 일어나 한 발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란 말이지. 오케이~!"
아이의 씩씩한 대답이 나를 웃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