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미컬하게..

열세 번째 이야기..

by 홍실장

대학 때 간신히 C학점을 받은 교양과목이 있다. 전공과목이 아니다 보니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혹은 그들보다 조금 모자라도 보통 B학점은 받을 수 있는데, 난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해서 간신히 C학점을 받았다. 심리와 관련된 과목이었는데, 교수님은 나이가 지긋한 분이셨다. 앞쪽으로는 빈약한 헤어를 가지고 계셨고, 뒤쪽에 상대적으로 풍성한 머리칼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길게 가로본능으로 유지하셨던 분이셨던 걸로 기억을 한다.


왜 그렇게 그 과목이 어려웠을까?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나름 수강 등록기간에 고민해서 신청한 과목이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수업내용이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자꾸만 눈꺼풀이 내려지고, 하품으로 눈물을 흘리고, 교재에 낙서를 했던 것은, 꼭 점심시간 이후에 2시 수업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교수님은 한결같으신(?), 대쪽 같은 분이셨다. 그리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2시간 동안 일관된 톤을 가지고 말씀하셨다. 음악으로 치면 '낮은 도'에서 시작한 노래가 끝날 때까지 위로 올라가 봐야 '레'정도로 끝나는 노래일 것이다. 요즘은 랩도 음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던데..




비단 낮고 단조로운 톤만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일정하게 높은 톤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일정하게 낮은 톤은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그 반대로 높은 톤은 모든 내용이 강조 부분으로 들릴 것이다.

화장품 업계의 시가총액기준 1~2위를 다투는 업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다. 화장품 회사답게 청중들은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높았고, 회의실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기분이 조금은 업되어있는 상태였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면서 전략적으로 높은 톤으로 진행하려고 했고, 끝마침을 할 때까지 그 톤을 유지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다. 핵심으로 강조했던 부분들에 대한 질문을 예상하여 몇 가지 답변도 사전에 준비를 하였음에도, 질문의 내용들은 핵심을 벗어난 일명 '겉절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하이톤을 계속 유지한 나머지 모든 내용을 강조하는 격이 되어서 중요한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높든 낮든 한결같은 소리가 아니라 무조건 '변화'가 있는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노래와 같은 리듬감, 생동감이 생긴다. 그런 리듬감만이 프레젠테이터가 강조하는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전달된다.


리듬감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1. 강약으로 강조하라
2. 속도(와 길이)로 강조하라
3. 포즈로 강조하라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은 속도이다.

조금 덜 중요한 부분은 빠르게 말하는 편이지만, 중요한 부분이 오면 한 템포 쉰 다음에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다. 특히,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나 숫자, 지명, 연대 등의 정보를 말할 때는 강조해서 또박또박 말한다. 말의 속도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때는 "꼭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위의 인용한 세 가지 방법은 그 제목만으로도 대략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모든 방법을 사용해도 좋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발전시켜 사용해도 좋겠다.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 모두 결국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던, 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충분히 연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