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진_얼굴
아마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사람이 있다지? 천재라는 이유에서였을 거다. 천재가 아니어도 다인은 가끔 자기 뇌를 꺼내 실력 좋은 뇌과학자에게 분석을 의뢰하고픈 심정이다. 오늘도 다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에게 엉뚱한 시간을 알려줬다. 분명 5시 40분이었는데, 4시 50분이라 단단히 일러둔 것. 아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선생님이 오지 않는다며 전화를 했다. 아이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럴리 없어. 나는 분명히 시간을 제대로 알려주었다. 불안한 마음에 메세지를 뒤적거린다. 선명하게 보이는 5시 40분. 그럼 그렇지. 나는 5시 40분이라고 말했을 테니 아이가 잘못 알아들었을 거야. 띠띠띠띠 확증 편향 회로가 작동. 내가 틀렸을 리 없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으니까. 머리 뒷꼭지에서 불안이 엄습할 때부터 머리 속 깊숙이 자리하는 자그마한 편도체가 들썩거렸다. 워, 워, 워, 징징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인은 숨은 진실을 찾으려 애썼다. 뇌는 바쁠수록 돌아가기 싫어한다. 익숙하고 빠른 길로 내달리고 싶어한다. 편하게 결론을 내리는 쪽으로 가자고 아우성이다. 아무래도 아이 말이 맞는 것 같다. 무슨 정신으로 4시 50분이라고 한 거야. 하악하악.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약속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남은 것 같으니 도서관 열람실에서 기다려보면 어떻겠냐, 제안한다. 전화기 너머 제법 빨리 수습하는 아이 소리가 들린다. 알았어. 그럴께. 미안한 전화를 끊는다. 흠. 기억이 안 난다. 다인은 얼굴을 부여잡고 툭툭 친다. 정신줄을 어디에 놓고 다닌 거야. 눈을 감았다 뜬다. 너그럽게 받아주는 아이에게 고마울 따름. 다음엔 꼭 시간 적어놓기! 실수는 배움의 기회! 들떠 있는 편도체를 다독이며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