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야_쇼가 끝난 후
코로나 후유증을 길게 지독하게 겪었던 가인은 누구보다도 일상 회복을 원했다. 심각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그는 죽음을 마주하고 있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인간이라면 당연한 운명임에도 왜 그리도 무섭고 답답했는지. 예상치 못했던 방문이라 그랬을 것. 지하 99층까지 추락하던 순간이었다.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사상 초유 바이러스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했던 때였다. 의사도 속수무책이었다. 좌절을 반복할 때 활력도 의욕도 잃는다. 꽤 긴 기간이었다. 1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깊은 절망이라는 늪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와 희망을 붙들려고 했던 시간들. 이제는 영화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
티끝 같은 희망을 애써 찾았고, 그동안 버려두었던 희망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현대의학도 우왕좌왕 치료제를 내놓지 못했던 질병 앞에서 스스로 희망을 길어올라 가인은 스스로에게 걸어들어갔다. 몸과 마음을 돌보기 시작했다. 가인 삶에서 그토록 정성스럽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돌본 적이 있었을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일상은 회복되었다. 몸과 마음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수없이 질문하며 가인만의 답을 구했다. 가슴 뛰는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도전의 나날들. 지난 오월부터 시작된 도전 여정이 10월 23일 어제로 끝났다. 새로운 도전은 늘 용기가 필요하다. 긍정으로만 채색되지 않는다. 이게 나에게 과연 맞는 일일까, 의심과 회의가 찾아오기도 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런 흔들림을 겪어내며 포기하지 않고 걸어왔다. 노란 봄, 하얀 여름을 지나 붉은 가을에 도착했다.
어젯밤, 알록달록 무지개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가인은 바닥에 철퍼덕 누웠다. 드디어 끝났다. 오늘만큼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 이것저것 생각이 꼬리에 물겠지만, 해낸 나에게 집중하고 축하해주자. 노란 봄과 하얀 여름을 함께 지새운 새들이 와르르르르 날아왔다. 내 곁에서 다정하게 조잘조잘댄다. 좋아하는 숲 속에 누워있는 것만 같다. "가인, 수고했어. 가인, 애썼어." 새들의 조잘거림이 귓가에서 귀엽게 왕왕거린다. 지난 5개월, 가인이 그토록 꿈 꿨던 일상회복, 놀랍게도 그 이상이었다. 삶은 종종 예상을 뛰어넘곤 한다. 아파서 누워있을 때도, 건강을 회복하여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걸어가는 지금도, 상상초월이다.
가인이가 서 있는 지평선 너머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겸허하게 묻는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한 무지개 프로젝트, 끈기 있게 해낸 가인이를 안아준다. 사르르 눈을 감는다. 지저귀는 새들 소리에 스스륵 잠이 든다. 쿨쿨쿨 마음껏 쉬자. 오늘은 푹 자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