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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Dec 01. 2023

나 자신과 어떻게 지내는가?

빈센트 반 고흐_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1889년 캔버스에 유채, 54*65cm                                



그림 그리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그릴 때 어떤 기분일까. 이 그림은 고흐의 마지막 죽기 1년 전 자화상이라고 한다. 가만히 그의 눈을 응시하고 있으면 그의 눈과 표정이 말을 걸어온다. 척박한 인생의 무게가 두 눈에서 느껴진다. 어딘가에 짓눌려 있는 듯, 그러면서도 초연한 듯 텅 비어 있어 보인다. 앙다문 입술에서 왠지 모를 단단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빈센트 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작가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엔 그림 한 점 팔지 못했던 가난한 화가였단다. 그래서일까 그의 자화상으로 만나는 그는 대개 어둡고 무겁다. 


노력한다고 해서 늘 내가 원하는 대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지금이야 칭송받은 천재화가이지만,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자기 그림을 한 점도 팔지 못했을 때 그의 절망감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평생을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살면서 수시로 맞닥뜨린다. 흔히 인간관계를 말할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지만, 나는 나와도 관계를 맺는다. 우리 뇌는 끊임없이 환경에서 만나는 자극을 선택 수집하여 해석하며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그 서사로 나는 나와 이야기한다. 불행했던 미술가의 자화상을 보며 그가 그 자신과 어떤 대화를 나누며 이 그림을 그렸을까 상상해 본다. 


그의 마지막 자화상은 고흐 특유의 하늘빛 물결이 흐르고 있다. 작지만 또렷한 삶에 대한 긍정이 느껴진다.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통과하며 갖게 된 삶을 향한 받아들임이랄까. 그의 맞다문 입과 물결치는 하늘 빛깔 속에서 그의 희망이 보인다. 내 속을 들여다볼까. 내 안에도 나 자신에 대한 희망이 노랗게 물결치고 있다. 오랫동안 "너는 왜 그 모양이니? 좀 더 잘할 수는 없는 거니" 다그치고 몰아세우던 셀프토크가 멈추고 있다. "애쓰고 있구나, 원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너를 사랑한다. 실패는 배움의 기회란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펴보고 보완하고 살아가보자. 안 되는 건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가 보는 거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서사로 나와 이야기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의 모든 면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이 단단해지고 있다니 놀랍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일 때, 나다운 세계를 만들어갈 에너지가 솟아난다. 오직 생존을 위해 주관적인 서사를 만드는 뇌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계와 편파성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의도적으로 편파를 선택해 보는 것이다. 긍정과 감사, 수용과 기쁨, 용서와 사랑에 편파성을 실어보는 중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꿈이 있나요? 네, 꿈이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과 기쁨을 선택하며 긍정과 감사를 확증편향하는 뇌를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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