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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Jan 26. 2023

겟세마네의 기도

안드레아 만테냐 (Andrea Mantegna)

'겟세마네의 기도(Agony in the Garden)'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북부 이탈리아 파도바 화파의 천재화가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가 그린 종교화 중 가장 손꼽히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만테냐가 만토바공의 궁전화가가 된 1456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믿어지는데, 목판에 템파라로 그린 약 25호(80*63cm) 크기의 그림이다. 그 소장자가 17세기 초부터 여러 번 바뀌었는데, 1894년에 노스브르크 백작에게서 현재의 런던 국립 회화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품 내용은 신약성서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만찬을 마치시고, 감람산의 겟세마네 동산에 이르러 제자들을 산기슭에 남겨두고 홀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그 제자들이 졸고 있는 모습, 그를 쫓는 무리들과 예루살렘 성, 그리고 하나님의 사자 어린 천사들을 압축법을 사용한 화면에 담고 있다. (마 26;36-46, 막 14;32-42, 눅22;39-46 참조)


세상 죄를 한 몸에 짊어진 하나님의 어린양,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인간으로서 그 고뇌와 슬픔을 억누르고 인간의 참모습을 보이신 절정의 최후 기도.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나에게서 옮기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드림으로 그의 힘을 돕는 하나님의 사자 어린 천사들이 십자가를 들고 하늘로부터 나타난 모습은 성경에 접근하려는 내용이다. 이를 우러러 바라보며 기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맑은 표정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룬 순간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검은색 의복과 오른쪽 나무의 죽은 가지에 앉은 한 마리의 새(까마귀)의 존재도 이 정경에 한가닥 깊은 관계를 주고 있으며, 중경에 위치한 예루살렘성의 건물들의 밝은 표현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한층 강하게 부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화면 근경의 암반동산 골짜기에서는 기도하는 장면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말해주듯, 베드로와 야곱, 요한 세 제자가 한데 엉키어 쓰러져 깊이 잠든 모습이 실감 나게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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