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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May 27. 2023

의심하는 도마

카라바조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돼라. (요 20;27)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의 <의심하는 도마>는 그의 대표작들 중의 하나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8일 후 제자들의 집에 오셔서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 하시고, 제자인 도마에게 다가와 그의 손가락을 자신의 옆구리 상처 부위를 찔러보게 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화면의 빛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세 제자에게 집중되고, 배경은 어두운 공간으로 단순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빛의 대비 기법을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라고 한다. 빛의 초점을 따라 흐르는 시선은 마치 우리가 도마가 되어 예수님의 상처를 확인하는 것 같은 생동감을 선사한다.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를 확인하는 도마는 허리를 굽힌 자세로 유심히 바라보며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고, 옆에서 현장을 지켜보는 두 제자도 긴장감에 차있다. 제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예수님은 초월적이고 평온한 자세이다. 의심하는 사람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모습이다. 


이 그림이 갖는 의미는 도상적인 신격화가 판을 치던 중세시대에 파격적으로 인간의 신앙 체험에 포커스를 두고 그린 작품이라는 것이다. 현실의 삶 속에서 살면서 의심도 하고 하지만 또 예수의 은혜 속에 성령을 체험하는 평범한 인간 그 자체를 그려냄으로써 성경 속 예수의 사랑을 좀 더 깊이 있고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그려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이다. 신앙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회의나 의심은 어쩌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의심조차도 이해하시고 기다려 주신다는 것을 도마의 사건을 통해 깨닫게 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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