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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자 Oct 27. 2024

1.5. 물바다

도시전설과 현실 사이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은 그저 속담처럼 구전되어 전해지는 일종의 도시전설 일뿐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듣지 못하고 자는 남편들을 보며 그것은 지어낸 말이 아닌 정말 실제로 심지어 내 옆에 존재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잠이 얕은 편인 나는 어느 날 빗소리가 너무 심해 잠에서 깼다.


어제까지도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늦게 들어온 남편이 베란다 창문을 열고 그냥 잠들었나 하는 마음에 깜짝 놀라 한밤중에 베란다를 나가서 보았다. 그러나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심지어 비 한 방울 내리고 있지 않았다. 이 빗소리는 그럼 물이 새는 소리인가.?!! 화장실에 뛰어갔다가 부엌 싱크대를 한번 살펴보고 다용도실까지 다녀왔지만 어디에도 물은 새지 않는다.


도대체 이 소리는 무엇인가.

이렇게 비가 내리치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소리가 나는 곳은 남편의 핸드폰이었다.

빗소리가 나는 앱을 틀고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남편은 빗소리를 좋아한다.

그랬다. 빗소리를 좋아했었지.


앱을 조용히 끄고 이를 악물고 다시 잠을 청해 본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살던 두 사람이 한 쌍이 되어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것이다 보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곤 한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일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사이에서 서로의 다른 점은 너는 글렀다며 매도하기도 하고 비슷한 점은 나와 같다며 안심하기도 한다.


그래, 서로 마음속에 참을 인을 6만 5천 개씩 그리면 우린 천국에 갈 수 있겠지.


그때는 우리 꼭 서로 못 알아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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