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센세와 나 사이
1. 프롤로그
무라카미 하루키는 진구구장 야외석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히로시마컵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1회 말 히로시마컵 야스다의 공을 야쿠르트의 선두 타자 데이브 힐튼이 레프트 안타를 치고 1루에서 2루에 도달하는 그 순간 '그래, 소설을 써보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1978년 4월 1일 오후 한 시 반 전후의 일이다.
이렇게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가운데 강한 임팩트가 있는 운명 같은 스토리는 나에게는 없다.
그래서 계기도 동기도 생각나지 않지만 일단 글을 써보기로 한 이상 그럴듯한 계기라는 것을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만들어 낸 계기라는 것을 계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치자.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다 보니 비 오는 날 지하철이 선로에 밀려 내리실 문 위치를 미세조정을 하는 문워크적인 움직임이 또는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탈 때까지 버스 앞까지 이유 없이 내 뒤를 바싹 따라붙던 비둘기의 날갯짓이 또는 늘 그냥 지나쳐 가던 전자 양품점 앞의 만득이의 현란한 손동작이 마치 컴온 컴온을 외치며 나에게 글을 써보라는 손짓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2020년 6월 어느 27도나 되던 낮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