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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Jan 27. 2024

아들 찾아 삼만리...

-오키나와 여행 1-

아들이 4월에 출국한 후, 딸내미는 나의 수업 스케줄을 심심찮게 물었다. 가장 한가한 시기가 언제인지, 며칠까지 쉴 수 있는지를 체크했다.


나의 일정에 맞춰 본인도 휴가를 내고 동생도

만날 일본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막연하게 12월 즈음이  좋다고 말했는데  11월이 되기가 무섭게 일사천리로 여행계획을 짰다. 그렇게  우리의 오키나와 여행이 시작되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동생도 이 참에 시간을 내기로

하고 국내의 언니들도 소집했다. 캣맘으로서의

바쁜? 일정과 건강이 여의치 않은 형부를 핑계로

중간 언니만 빠졌다. 함께 못함이 너무 아쉬웠지만

언니 둘과 도쿄의 동생, 오키나와의 우리 아들,

나와 딸내미까지 6명이 뭉치게 된 것이다.


큰언니의 아들이 여행경비로 이백만을 지원해 주었다. 좋은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라고. 아들 한번 잘 키운 울 언니...

모든 여행일정을 준비하는 우리 딸내미는 엄마와 이모들에게 각서 사인을 하란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여행 전 부모들의 약속이란다.

첫째, 이돈 내고 여기까지 왔냐. 둘째, 음식이 왜 이러냐  셋째, 여기는 돈이 아깝다 등등. 그 문구에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절대 불평을 안 하기로 다짐 또 다짐을 했다.


나는 여권이 만료되었기에 새로 발급을 받고 혹시나 운전을 함께 나누어서 할 수 있을까 싶어 국제 면허증도 발급받았다. 틈나는 대로 방향이 반대인 일본도로 주행을 유튜브로 시청하기도 했다.


드디어, 출발! 인천 공항에서 오키나와 나하공항

까지 가는 비행기를 탔다. 아, 이제 만나겠구나! 우리 아들은 거의 7개월 만에 만나고 동생은 코로나 시작된 후  한 번도 못 나왔기에 얼굴을 본 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자매들끼리

먼 여행을 하지 못했었다.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보다 언니들과 동생,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지낼까 하는 기대감이 더 컸다.


도쿄에서 출발하는 동생과 인천에서 출발하는

우리의 비행기 도착예정 시간이 10분 정도 차이가 난다. 아들이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해서 

도착 후 시간이 지체되자 조바심이 났다.

왠 오키나와 여행객이 그리 많은지 공항이 완전 인산인해였다. 우리 아들 너무 오래 기다리겠네..


그렇게 차례를 기다려 드디어 아들을 만나고

끌어안았다. 너무 대견하고 듬직한 아들,

약간 야윈 듯했지만 건강하고 잘 지내고 있단다.

어디 잘 지내기만 했을까. 외롭고 두렵고 힘들었겠지. 아들은 엄마에게 늘 잘 지낸다는 이야기만 했었다.


친구가 일본에 오니까 그 친구 편에 옷 몇 가지와 신발을 보내달라고 해서 아들 친구가 다녀간 적이

있다.  "어머니, 병후가 많이 힘든가 봐요" 아들 친구의 말이다. 아마 친구들한테는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겠지. 엄마한테는 항상 노 프라블럼

이었는데.


국제선 대합실에서 아들을 만나고 있는데 국내선으로 도착을 한 동생이 캐리어를 끌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게 얼마만이니! 동생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렇게 우리 여섯 가족은 예약한 호텔로 향하며 오키나와 1일 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들이 묵고 있는 나하시의 집  근처로 호텔을

잡았다. 국제거리가 길게 늘어져 있고 고층 빌딩들과 호텔, 화려한 백화점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키나와의 제일 번화가인 듯하다.

렌터카에 문제가 생겨 옥신각신 했지만 잘 수습하고 호텔에 짐을 푼 후 국제거리로 식사를

하러 나갔다.


뉘엿뉘엿 해가 지며 그림자가 길어지고 첫날이

저물고 있었다. 서서히 어둠이 드려지며 온갖 화려한 조명과 음악소리, 꼭 하와이 음악 같은 타악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오키나와의 전통 음악이라는 설명을 아들에게서

들었다.


요란한 음악과 호객소리를 뒤로하고 뒷골목

쪽으로 접어드니 한적한 골목에 오키나와 전통식당이 있다. 식당도 예쁘게 꾸며져 있고 입구에 호젓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곳에 심신을

풀어놓고 길었던 하루의 피로를  웃음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날려버렸다. 어둠은 더 짙어져 가고

국제거리의 화려한 조명은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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