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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됐어요.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

by 인지니 Mar 07. 2025

 “지난주 1등 당첨금은 총 168억으로 11명의 당첨자께서 각각 15억 3천만 원씩 받게 되었습니다. ······ 제780회 나눔 로또 첫 번째 당첨 볼입니다. 빨간색 볼 21번입니다. 두 번째 당첨 볼입니다. 파란색 볼 15입니다. 세 번째 당첨 볼 초록색 볼 45입니다. 27, 17, 19 그리고 2등 보너스 번호는 16번입니다.”

   

재민이는 로또 당첨번호 추첨 방송에서 사회자가 불러주는 번호를 또박또박 노트 위에 받아 적었다. 1등 당첨번호 여섯 개와 보너스 번호까지 적은 재민이는 노트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 옆 벽걸이에 걸린 자신의 외투를 내려 안주머니를 뒤졌다. 재민은 안주머니의 낡은 지갑에서 잘 접어 넣은 로또 용지를 꺼냈다. 로또 용지를 잘 펴서 조금 전 1등 당첨번호를 또박또박 적어 둔 노트 옆에 나란히 놓았다.      


“21, 여···여기 21, 다음은 15, 음··· 앗싸! 15 있고, 다음은 45··· 우와! 45! 엄마! 엄마! 소민아! 나 로또, 벌써 번호 3개나 맞았어! 응? 엄마! 엄마?”

“시끄러워! 멍청한 놈아! 약이나 시간 내에 먹어. 또 미친 짓 하지 말고······.”

“알았어. 엄마, 내가 또 번호 맞춰볼 게, 잠깐 기다려봐!”     


재민은 건너 방에 있는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 질문을 하고 다시 로또 번호 맞추는 데 집중했다. 다시 노트에 적은 글씨와 로또 용지의 숫자를 한참 보더니, 로또 용지 위에 27과 17, 19에 연이어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로또 용지에 빨간색 동그라미 개수를 세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응? 여섯 개?”     


재민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또 목소리를 높여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아? 로또 1등 되려면 숫자 몇 개 맞아야 해?”     


명숙 씨는 작은 방에 앉아 수학 학습지를 풀면서 아들의 질문에 목소리만 높여 짜증을 냈다.     


“저런 멍청이 같은 놈! 그것도 모르면서 왜 자꾸 로또는 사니? 돈 아깝게”

“나 로또 1등 될 거야! 그래서 몇 개 맞아야 하지?”     


이때, 재민이 있는 안방 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던 경석 씨가 조용히 말했다.     


“여섯 개!”

“그, 그렇지?”      


재민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계속 로또 용지의 빨간 원을 세고 또 세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재민이는 몇 번을 숫자를 세 본 뒤에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더니 또 엄마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엄마! 나 숫자 여섯 개 맞았어! 나 1등이야! 엄마!”     


그 말끝에 이불속에 누워있던 경석 씨가 슬며시 얼굴을 내밀었다. 작은방에서 수학 학습지를 풀던 엄마가 짜증을 내며 일어나서 안방으로 건너오며 말했다.     


“너는 맨날 그것 좀 사지 말라니까 자꾸 사니? 로또 1등은 아무나 해?”     


명숙 씨는 아들의 손에 들린 노트와 로또 용지를 뺏어서는 멀찌감치 손을 뻗고 눈을 찡그려 숫자를 확인해 보았다. 명숙 씨는 숫자를 몇 번 반복해서 보았다. 그리고, 점점 눈이 커지더니 놀라 말했다.     


“어? 진짜 숫자 여섯 개가 맞았는데?”     


그 말에 이불 위에 누워있던 경석 씨가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어디 줘봐!”     


경석 씨도 재민이가 적어둔 노트와 로또 용지를 받아 들고 한참을 쳐다보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명숙 씨는 서둘러서 작은 방에서 자는 딸에게 다가가며 그녀를 불렀다.      


“소민아! 오빠 로또 1등 됐대! 이것 봐봐! 응? 야! 일어나 봐!”     


작은 방에서 정신없이 잠을 자던 소민이는 엄마의 툭툭 치는 발끝이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좀 자게요! 새벽에 빵 만들러 나가야 하는데, 왜 자꾸 깨워요? 짜증 나게”

“야! 지금 잠이 중요하니? 빨리 오빠 로또 번호 맞는지 확인해 줘! 응”

“아이, 진짜 맨날 그놈의 로또 되지도 않는 걸·····.”     


재민이는 어느새 작은방으로 와서 소민이에게 노트와 로또 용지를 내밀었다. 짜증이 나서인지 눈이 불편한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소민이가 용지를 받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안경 줘 봐요!”     


엄마가 안경을 대령하자 안경을 쓰고는 노트와 로또 용지를 확인한 소민이는 다시 엄마에게 말했다.     


“내 핸드폰 줘봐요!”     


명숙 씨가 소민이에게 핸드폰을 건네자 능숙하게 검색창에 780회 나눔 로또 당첨번호라고 입력했다. 화면에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의 색 색깔 공 위에 21, 15, 45, 27, 17, 19번이 정확하게 적혀있었고, 당첨금은 1인당 16억 6752만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됐네! 1등. 1등 됐어요”     


소민이의 확답이 떨어지자 재민이도 명숙 씨도 그제야 좋아하기 시작했다.     


“진짜? 엄마! 내가 1등 할 거라 했죠? 와! 신난다. 복지관 원장님이랑 학습지 선생님이랑 우리 가족들이랑 다 같이 뷔페 가야지! 엄마! 나 선생님한테 뷔페 가자고 전화해야겠다.”     


재민이가 신나서 핸드폰을 뒤적거리자, 그 모습을 보며 명숙 씨가 말했다.     


“가만있어봐! 이거 1등 되면 어떻게 하는 알아? 돈은 어디서 받는 건데?”     


명숙 씨의 말에 재민이가 ‘그것도 몰라?’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에 5만 원 당첨됐을 때 복권방에서 바꿔줬으니까, 거기 가서 바꿔달라면 되는 거야!”

“그래? 16억이 얼마야? 대체······.”     


소민이는 안경을 벗고 이불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어이구, 멍청해요! 은행에 가서 돈으로 바꿔야 돼! 나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다 나가요.”     


작은 방에서 쫓겨난 재민이와 명숙 씨가 로또 용지를 들고 한숨을 쉬었다. 이때, 안방에서 경석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복지관 가서 휠체어 빌려와! 복지사님한테 택시도 불러달라 하고···.”     


재민이가 로또 용지를 들고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가 같이 갈 거야? 아빠 나갈 수 있어?”     


이때, 명숙 씨가 삐쭉거리며 말했다.     


“냅 둬! 가긴 어딜 가? 또 길 한복판에서 거품 물고 쓰러져서 사람 기겁하게 하려고? 그냥 집에 있어! 내가 재민이랑 윗집 미경이네랑 갈 게”

“아무나 믿지 마!”

“미경이 네가 아무나 야? 우리 식구 나라에서 돈 받게 해 주고, 나랑 우리 소민이 취직도 시켜주고, 걔 네 부부가 우리 식구들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그래?”


경석 씨는 아내의 말에 못마땅 했지만 틀린말도 아니였기에 별말 없이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경석 씨와 명숙 씨는 장애인 커플이었다. 경석 씨가 장애인 노점상 자리를 하나 받아서 생활하면서 가난하지만 큰 욕심 없이 아들딸 낳아 그럭저럭 잘 살았다. 돈을 조금 모아서 집을 마련하려던 경석 씨가 빌라를 사려다 사기를 당해서 모아 둔 돈을 다 잃고 노점 자리까지 뺏기자 가족 넷의 살길이 막막했다. 설상가상 사기의 충격으로 경석 씨는 공황장애를 앓게 되어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이때쯤 명숙 씨가 교회에서 만난 미경 씨를 만나 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9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명숙 씨는 십 년째 변하지 않는 월급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렸다.

명숙 씨에게 미경 씨 부부는 은인이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이 사기를 당하고 길바닥에 쫓겨날 판이었을 때 미경 씨 집 지하에 살게 해 줬고, 지금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전세 자금을 지원받아 계속 그 집에 살 수 있게도 만들어 주었다.

또한, 미경 씨는 명숙 씨의 가족들이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남편 경석 씨는 지체 장애를 재민이는 7세 수준의 지적장애, 명숙 씨도 지적장애 3급을 받고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비장애인인 막내는 경계성 지능이면서 눈이 많이 나빴지만, 미경 씨의 도움으로 제빵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따서 동네 빵집에 취업까지 했다. 그러니 미경 씨는 명숙 씨에겐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로또가 뭔지도 모르는 재민이가 로또를 매주 사게 된 사연은 이랬다. 공황장애를 앓던 경석 씨가 유일하게 외출을 하는 날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로또를 사러 나가는 금요일 점심시간이었다. 일주일에 단 한 번 어린 아들을 데리고 복권방에 가던 것이 이제 성인이 된 재민에게 전달되어 재민이는 매주 복권을 사게 된 것이었다. 복권이 당첨되면 무엇을 할지, 얼마 큼의 많은 돈이 생기는지도 모르는 재민이는 그냥 아빠와 하던 복권 사기를 계속했을 뿐인데, 그 로또가 당첨이 돼 버린 것이었다.


             



내가 이 가족을 만난 것은 본사로 온 문의 전화를 받고 테스트를 거쳐서였다. 재민이는 수학 덧셈, 소민이는 수학 곱셈, 명자 씨는 수학 세 자리 덧셈을 학습하기로 하고 가족집을 방문했다.


엄마인 명숙 씨는 오십 대 후반 정도로 나이가 있으시니, 치매 예방 차원에서 하시려는 거겠지 싶었지만, 스물일곱의 지적장애 아들과 스물다섯의 딸이 왜 새삼 수학 공부가 필요할까? 살짝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첫 수업 날, 명숙 씨에게 가볍게 그 부분부터 물었다.     


“왜? 수학을 공부하시는 걸까요?”


나는 명숙 씨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렸다.     


“저도 남편도 멍청해서 사회생활이 힘들었는데, 적어도 애들이 일한 만큼은 제대로 계산해서 받을 줄 알게 하고 싶어요”     


‘저런··· 얼마나 나쁜 인간들을 많이 만났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업은 무난했다. 열심히 교재를 풀었고, 오답도 잘 고쳐 두었다. 한 삼 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재민이가 수업 중에 꼭 하던 말이 있었다.     


“선생님! 뷔페 좋아해요? 뷔페?”

“응? 뷔페?”

“네! 뷔페요. 좋아해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럼요. 먹는 거 좋아하는데, 뷔페 가면 다~ 있으니까 너무 좋지요!”

“그럼, 저 로또 1등 되면 우리 꼭 뷔페 같이 가요. 알겠죠?”

“하하, 로또는 샀어요?”

“네! 매주 사요! 꼭 같이 가요. 선생님!”

“하하하, 그래요. 1등 되면 꼭 불러줘야 해요?”

“네!”     


'재민이는 참 정이 많은 친구구나!' 싶었다. 늘 저녁 9시쯤 만나는 나에게 저녁은 먹었는지, 간식을 준비 못 해서 미안하다며 동생이 만들어 온 빵을 내어주기도 하고, 저녁 먹은 불고기가 맛있었는지 고기를 먹으라며 들이밀기도 하고, 그땐 곤란하긴 했지만, 그 마음만은 고맙다고 생각이 됐었다.

그런, 재민이에게서 토요일 오전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로또 1등 됐어요. 뷔페 가요. 오늘 점심때 수유사거리, 음, 어디더라? 선생님! 잠깐만요. 엄마! 수유사거리 어디야?”

“아유! 멍청이! 이리 줘봐! 여보세요?"

"네! 어머님!"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 네, 어머님! 무슨 일 있어요?”     


명숙 씨의 늘 날카롭던 목소리가 말투는 같아도 상당히 부드럽게 들렸다. 그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진짜 로또 1등이 됐어요. 하도 선생님이랑 뷔페 가야 한다고 그래가지고 오늘 저기 OO시네마 10층에 뷔페 예약했는데, 오실 수 있어요?”     


나는 이 말이 사실인가 싶었다. ‘세상에나! 로또가 진짜 되다니·······.’

나는 일단 어찌 된 일인지, 너무 궁금해서라도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1등이 아니라 한 이십만 원 된 건 아닐까? 의심도 해 가면서······.          





작가의 말


제가 요즘 건강이 좀 나빠져서 우리 작가님들 글에 부지런히 댓글도 못 달고 있어요.ㅠㅜ 글만 겨우 읽기만.... 빨리 건강 찾도록 노력해서 신나게 또 댓글 달며 글 벗님들과 수다 떨기를 바랍니다.^^


재민이에게 로또가 꿈과 같아요. 과연 그 로또가 되면 재민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을까요? 재민이에게 큰돈이 생기면 뭐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그러면 다음 주에 뷔페를 시작으로 로또가 되고 나서 재민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지켜 봐 주세요 그럼, 다음 주 <로또가 됐어요.> 2부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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