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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보람 May 04. 2023

현대경제연구원 특강: 리더십과 MZ 세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현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 요청이 들어와서 준비중입니다. 입론 1강에 이어 12강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입론격인 "왜 리더십 원칙인가, X, Y, 그리고 MZ세대"의 스크립트입니다.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남보람 선임연구원입니다. 저는 전쟁사 연구자고요. 근대 이후의 전쟁 그 중에서도 특히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학문적 관점에서 연구하다 보면 결국 더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전문분야를 택해야 하는데요. 저는 소위 1차 사료와 인물사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1차 사료는 한 마디로 당대인에 의해 당대에 작성된 공식문건입니다. 전쟁의 경우에는 비밀인 경우가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신뢰도가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인물사에 제가 관심이 많은 이유는 역사라는 게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건, 사고를 두고도 그 속의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역사적 성취가 되기도 하고 인류사의 비극이 되기도 하지요.      


인물사와 리더십 연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인물이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 역경, 위기 등을 역사적 성취로 바꿔냈을 때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가 자신만의 구체적인 요령, 방식,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인문 사회과학의 다양한 렌즈를 통해 그 인물의 성장, 학습, 경험, 고난과 극복 등을 탐구하죠. 


이것이 리더십 연구입니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이들 중에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역사 속의 큰 발자취를 남긴 리더들이 가진 생각, 행동패턴, 가치관, 인식구조 이런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크고 작은 리더들, 관리자들, 팀장들이 참고할 수 있게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나온 것들이 리더십의 원칙, 준칙, 참고사항 등입니다. 예를 들면,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는 의연하고 여유있게 대처하라’ 뭐 이런 거죠. 될 수 있으면 간단하고 일목요연하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까 문제는 뭐냐. 이게 연구를 너무 잘 해서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으면 말이죠. 맹숭맹숭한 겁니다. ‘아니, 이거 뭐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잖아’ 하고 말이죠. 뭐, 맞는 얘기이기도 하고 또 꼭 그렇지는 않기도 합니다.   

     

리더십과 MZ세대      


그런데요. 여러분. 리더십에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을 하는 것은 리더십과 원칙에 대한 태도에서 대략적으로 그 사람의 세대, 그가 자라온 주변의 문화, 트렌드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첫 시간에는 우선 우리나라의 세대별 사고방식과 그 사고방식과 리더십의 관계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X세대      


우리가 70년대 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X세대는 말이죠. 리더십에 확실히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분석방법이 있겠지만 그가 무엇을 읽고 자랐느냐 가지고 세대의 문화나 트렌드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X세대는 주로 죄와 벌, 장발장, 적과 흑 이런 걸 읽었어요. 아주 심플하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X세대는 산업자본주의의 힘을 직접 체험하면서 자란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지식을 얻으려면 직접 두 발로 도서관에 가야하고 책을 더 보고 싶으면 대출을 해야합니다. 발품을 조금이라도 더 파는 사람이 더 구체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고 이렇게 소유한 지식은 그 사람의 자본을 극대화하는데 사용되죠. 이런 지식의 축적에는 명확한 원칙이 있고 대중들이 납득 가능한 정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십에 확실한 원칙이 있다고 생각하죠.      

Y세대      


우리가 80년대 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Y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는 탈냉전, 탈서구중심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의 축복을 받은 세대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리더십에 원칙이 어디 있어?’ 이렇게 저항하는 세대입니다. 더 나아가서 ‘리더십이 어디 있어?’ 라고 주장하며 기존 세대와 투쟁하는 세대가 바로 Y세대입니다. 


Y세대는 주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런 걸 읽었어요. 복잡하고 뭔지 알 수 없지만 뭔가 굉장히 있어보입니다. 이 세상에는 원인도 결과도 없다.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콩을 심었는데 그게 유전자변형 콩이어서 팥이 나올 수도 있다, 뭐, 이런 식이죠.

 

Y세대는 탈자본, 반자본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디지털 세대입니다. 지식이 권위로 작용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지식은 평등해야 하고 지식을 얻는 수단과 방법, 지식의 결과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를 통해서 말이죠. 지식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수단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질서와 틀에 박힌 사고를 파괴하는 수단입니다. 게릴라 같은 것이죠. 따라서 리더십이라는 것이 일종의 틀에 박힌 지식이고 이것은 해체할 대상이라고 여깁니다.      


MZ세대     


우리가 80년대 생을 따로 Y세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이들을 밀레니얼 세대라 칭하고 그 뒤의 90년대, 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인 Z세대와 묶어서 MZ세대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나이의 갭 차이가 많게는 20년이 나는데 이걸 보면 MZ세대는 꼭 나이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 사람의 갖고 있는 신념체계, 삶의 방식, 실천과 행동의 문제죠. 생각은 Y세대인데 삶의 방식은 MZ세대다, 이런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MZ세대에는 시대도 없고 서구와 비서구의 구분도 없고 어떤 사상을 무슨무슨 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촌스럽습니다. 이런 MZ세대는 ‘리더십에 원칙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리더십이 뭔지 모르겠다리더십이 뭔지 모르겠지만 원칙도 뭔지 모르겠다알 수가 없다는 것이죠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면 알겠지’ 혹은 리더로 태어난 사람은 알겠지’.  


MZ세대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만들어진 시대를 살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에 구현된 지식에 언제나 접근 가능한 학습 환경, 찾아가서 알려주고 도와주는 각종 사회 시스템. 결국 이런 성장 환경은 조직에 들어가고 사회에 진출하면 거기에도 이미 리더십이 있겠지. 나도 들어가서 뭐 어떻게 하다보면 리더십이라는 게 생기겠지. 나는 리더십이 없는 것 같은데 타고나는 건가보지, 리더가 될 사람은 갖고 태어났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무엇을 읽고 자랐느냐의 관점에서 보자면 MZ세대는 태어나보니 만렙, 다시 태어난 9레벨 마법사, 주인공이 힘숨찐 이런 웹소설, 장르소설을 읽고 롤, 배그 같은 게임을 했어요. 심플할 것도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소위 회빙환 장르소설에서는 원인 그 자체라는 게 없습니다. 결과도 없어요. 그냥 있는 거예요. 그냥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고 회귀했으니까 한 번 더 삽니다. 인생의 목표나 이런 게 어디에 정해져 있지 않아요. MZ세대가 본 소설에서는 콩을 심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마법진에 던지거나 콩을 갖고 있다가 드레곤의 둥지에 갖다 놓아야 됩니다. 기발하고 상상을 벗어납니다. 


이런 세대에 기존의 지식, 사회적 룰을 제시하면 이해, 반발의 차원을 넘어서 그냥 먹히질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SNL에 등장하는 MZ세대 사원 에피소드 보면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있는데 그냥 눈 똥그랗게 뜨고 투명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겁니다. 어떤 생각이나 뭐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팀장, 부장, 상무의 말이 자연스럽게 튕겨나가거나 통과해버리는 거예요.      


지금이야 말로 리더십의 원칙이 가장 필요한 순간     


자, 그런데 말이죠.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이들 X, Y, MZ세대가 섞여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 가보면 말이죠. 한 사무실에 이 각기 다른 세대가 한 곳에 모여서 같은 일을 해요.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기업에서 강의와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름이 알려진 리더십 강연자가 아닌데, 그리고 저는 트렌드에 맞게 흥미 위주로 리더십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원칙, 전쟁사 같은 기본에 충실한 선생님 같은 스타일인데 저에게까지 연락이 오는 걸 보면 이건 두 가지 시그널이죠. 


첫째,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겁니다. 리더십에 대해 고민이 많으니까 저에게까지 차례가 오는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둘째시대가 복잡하고 관계가 혼란할수록 사람은 기본으로 과거로 역사의 교훈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이 있습니다조직 내에 X, Y, MZ세대가 모여서 정말 힘든데, 가만보자, 리더십이라는 거 원래는 뭘까? 리더십의 핵심 원칙이 뭐였지 하고 되돌아보는 거죠. 


제가 아까 리더십에 원칙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X세대라고 했잖아요. 이 사람들을 끌고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리더십의 원칙이 뭔지 알아야 겠죠. 그렇다면 Y세대는요? 이들은 섣부르게 리더십 원칙 가지고 접근하면 반발합니다. 저항합니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Y세대를 효율적으로 아우르려면 리더십의 원칙이 뭔지 알아야 그걸 피해갈 수 있죠. 


그렇다면 MZ세대는 어떨까요? 이들을 대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의 원칙을 잘 알고 그 원칙을 이용해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새로 입사한 MZ세대에게 선임, 팀장, 부장은 말이죠. 게임의 공대장, 보스급 NPC, 튜토리얼 같은 겁니다. 무슨 얘기냐. MZ세대는 리더십의 원칙이 뭔지를 떠나서 리더십 자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리더가 될만한 사람은 리더십을 갖고 태어나겠지라고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바로 선임, 팀장, 부장이 하는 언행 그 자체가 리더십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의 튜토리얼처럼 그대로 따라한다고요. 


그래서 정말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조직에서 생활하는 선임, 팀장, 부장님들 즉, 사원을 1:1로 대면하고 그 언행이 그대로 노출되는 분들이야 말로 리더십의 달인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십의 원칙에 의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 MZ세대를 여러분 조직의 일원으로 성장시킬 수 없습니다.      


자,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정통 리더십, 리더십 중에서도 그 원천이 되는 리더십의 근간이 어디입니까? 군대죠전쟁터입니다리더십이라는 용어 자체가 맨 앞에서 배를 끌고 가는 기술이라는 군대용어에서 나온 것이죠그리고 오늘날 전세계 군대의 교과서, 전쟁을 하는 모든 사고와 행동의 표준이 된 미 육군의 Field Manual 뭡니까? 우리가 FM, FM 하잖아요. 쟤는 정말 FM이야 하면 뭡니까. 원리 원칙대로 하는, 기준이 되는, 모범이 되는 이런 뜻이잖아요. 그게 바로 미 육군의 Field Manual, FM 우리 말로 하면 야전교범입니다. 야전교범을 흔히 군인의 바이블(Bible)이라고 한다.      


야전교범으로 풀어보는 리더십의 원칙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시간부터 여러분과 함께 리더십의 원칙과 사례를 00강에 걸쳐서 함께 탐구해볼 건데요. 주로 한국 사회에 통용되는 조직관리와 인간관계의 원준칙을 제시하고 여기에 따라 간단한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이 될 겁니다.   

   

저는 앞으로 00강 동안 미 육군의 야전교범이 제시하는 리더십의 원칙을 가지고 오늘날 조직관리와 인간관계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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