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
산책을 나갔다.
내가 다니는 산책길은 단순해서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앞서 걷던 사람이 갑자기 길 옆에서 나뭇가지를 줍더니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무언가를 길 밖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하늘소였다.
이토록 자애로운 모습이라니...
자전거나 킥보드에 치일까 봐 작은 생명체를 살살 오른쪽 길 가로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나도 다음엔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저런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다시 산책길을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 하늘소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길을 가로질러가고 있었다.
인간의 도움이 가소롭다는 듯.
약속이라도 있는 듯 묵묵히 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원래대로 제 갈 길을 갔다.
길 끝부분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하늘소를 지켜보았다.
애초에 내 작은 선심 같은 건 필요치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