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것이 존재한다. 무언가를 베풀어 주었으면 응당 상대방에게도 바라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을.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 관계의 법칙이 적용되는 걸까?
공수래공수거
한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가지고 오는 것은 몸뚱이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 아이는 당연히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부모라는 존재를 통해 제공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는? 아무것도 없다. 철저하게 일방적인 ‘희생’에 의해 이어지는 관계이다.
그런데 이 대가 없는 희생은 참으로 희한하다. 희생의 주체인 부모들은 누구 하나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그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 희생이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노동이 될 수도 있으며, 경제적인 책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이 관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하면서도 특별한 관계이다.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줘야 하는 사람도,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이 세상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해도 지속되는 관계, 서로의 행복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오를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살면서 아이에게 무언가를 바라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인간관계처럼 말이다. 상대방에게 당연하게 요구했던 것들을 아이에게 요구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되는 순간부터 이 이상하면서도 특별한 관계는 이미 끝나버린 것이 아닐까.
언젠가 아이의 눈을 보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이야, 네가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을 때 그들이 너를 떠나갈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너'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바로 네 앞에 있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