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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진기행 Jun 03. 2021

북촌이 준 선물

평생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문이라는

가느다란 인연의 끈은 있었지만

본 일도 볼 일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중한 인연이 나에게 달려와

치즈케이크를 건네고 결혼 소식을 전했다


한 번 만났었다

전파상으로...

그것도 오고 가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소개 후 선물 지급

그 청취자는

2년 반 동안 매일 아침

나를 목소리로 만났고

오늘은 갓 빚은 손만두를 건네며

나도 기억 못 했던 추억들을 공유해 주었다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영원히 휘발돼 버렸을지도 모르는

보물 같은 과거가

나와의 인연을 늘 기억해 준 이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면서

복면을 써왔던 것 같다

민낯으로 사람을 만나니

이제야 제대로 숨이 쉬어진다

복면은 화려하지만 호흡이 불편하다

민낯은 투박하지만 생명력 있는 희열을 선물한다


북촌은

복면을 벗기는 힘이 있다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공기가 참으로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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