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진기행 Jun 03. 2021

북촌이 준 선물

평생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문이라는

가느다란 인연의 끈은 있었지만

본 일도 볼 일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중한 인연이 나에게 달려와

치즈케이크를 건네고 결혼 소식을 전했다


한 번 만났었다

전파상으로...

그것도 오고 가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소개 후 선물 지급

그 청취자는

2년 반 동안 매일 아침

나를 목소리로 만났고

오늘은 갓 빚은 손만두를 건네며

나도 기억 못 했던 추억들을 공유해 주었다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영원히 휘발돼 버렸을지도 모르는

보물 같은 과거가

나와의 인연을 늘 기억해 준 이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면서

복면을 써왔던 것 같다

민낯으로 사람을 만나니

이제야 제대로 숨이 쉬어진다

복면은 화려하지만 호흡이 불편하다

민낯은 투박하지만 생명력 있는 희열을 선물한다


북촌은

복면을 벗기는 힘이 있다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공기가 참으로 상쾌하다

작가의 이전글 취미는 우표수집 아닌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