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2022 업무계획을 바탕으로
2021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간이 마무리됨에 따라 지난 4년 반 동안의 추진성과와 평가가 함께 제시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표 성과>로는 방탄소년단, 기생충, 오징어게임과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서 정책금융 확충, 문화기술 연구개발 확대 등 콘텐츠산업 성장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제시된다. 이 정책의 효과로 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이 등장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 기생충, 모두 해외에서 보냈던 화려한 찬사들이 연상되는 신한류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의 효과 혹은 결과물로 연결 짓는 것은 비약적인 부분이 있다.
이쯤에서 과연 문화체육관광부가 생각하는 ‘한류’란 무엇인지, 문체부의 업무계획 혹은 다른 문체부 발 여러 공식 문서들에 등장하는 케이(K)-팝의 K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만일 Korea의 K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Korea가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는 품질에 상관없이 K-콘텐츠로 불려도 되는것인지, 어느 정도의 품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면 과연 그 품질의 우수성은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와 같은 의문점들이 드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근거로 두고 있는 한류의 방향과 기존 한류의 방향 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2022 업무추진계획’에 ‘정부의 대표성과로 한류 영향력 확대’를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한류의 방향을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을 통해 한류를 발전 및 진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며, 한류 콘텐츠 품질의 우수성을 내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태동했던 1900년말 에도 그러하였고, 2022년인 지금도 그러하듯 한류는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는 현상이다.
전파현상(Propaganda)이 아닌 수용현상(Reception)인 것이다.
처음 1990년 말, 해외에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인기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문화에 대한 특유의 냉소주의를 띄며 의구심을 품었다. 대체 왜 우리나라 콘텐츠가 인기 있는 것인지 이유를 알지 못했고, 곧 사라질 현상으로 치부하며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이제야 조금씩 우리나라는 한류현상에 주목하기 위해 인기요인을 분석하고, 해외동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든 정황들은 한류란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는 전파현상이 아닌 수용현상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수용현상인 한류의 본질적 특성을 파악하는 단계를 무시한 채 현재의 시류에 급히 탑승하여 한류를 흐름을 혼란스럽게 하는 움직임은 의도에 상관없이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민간에서의 한류가 수용현상이고, 정부로부터의 한류가 전파현상일 수는 없다.
한류는 하나의 현상이며, 그 방향성은 일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의도치 않은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에서 한류 정책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지금, 세심하고 정확한 방향 진단이 필요하다.
결국 정부정책의 방향은 외부에서 더욱 적극적인 수용현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설정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교류 및 한류 정책, 사업 역시 외부의 수용현상을 돕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즉 한류 산업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전파하는 역할이 아닌 수용현상을 돕는 역할'로 설정이 되어야 민간의 한류방향과 정부의 한류방향 간 방향의 불일치로 인한 잡음발생의 가능성 역시 줄어들 것이다.
‘한류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주체는 민간이며, 그 제고의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이 때 ‘지원’이라는 것은 민간에서의 콘텐츠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반한, 혐한 정서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 한류에 대한 인식 개선, 상호 호혜적 협력관계 구축, 사회 공헌적 방안 발굴 등이 될 수 있다.
민간의 콘텐츠들이 더욱 기반을 갖춰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과 경쟁을 하거나 민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 민간의 영역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역할로 정책방향의 구심점을 잡는 과정일 것이다.
참고사이트
http://asiabrief.snu.ac.kr/?p=355 특집: 한류와 아시아 (5) 한류의 세계화: 이해와 오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