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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줍줍 Feb 01. 2022

한류와 한국문화원

세계 속 한국의 얼굴, 한국문화원의 역할과 법적 지위에 대하여

타 산업에 비해 미비한 규모였던 대중문화산업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국가브랜드'와 직접 연결이 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류를 접한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 대중문화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 한국어 및 한국음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연관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욕구 증대에 발맞춰 이에 대응하는 재외 한국문화원의 중요성도 날로 증대되고 있다.


한국문화원의 미션은 해외에 문화 전파 인프라로써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주로 한국어 강좌, 한국문화 소개, 한국 홍보행사 등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한국문화원 설치현황은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재외 한국문화원 설치현황('21.12. 기준)

출처: 한국문화원 안내 해외문화홍보원 (kocis.go.kr)


1979 동경문화원, 뉴욕문화원을 시작으로 하나둘  자리를 잡던 한국문화원은 2022 상반기 현재,  어느덧 27개국 32개소로  숫자가 증가했다. 평균 1인의 문화원장과 7~8인의 현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 공연, 한국어 강좌와 같은 문화원 주요 사업에 대한 전문인력을 채용하여,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한국문화원과는 별도로 총 9인의 한국홍보관이 있는데, 업계 전문가들조차 이 홍보관이 사람이 아니라 문화원과 비슷한 기관이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는 'culture and information officers'로 불리는 이들은 기관이 아닌 사람이다. 문화교류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 내 문화원의 역할만으로는 문화교류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기 어렵거나, 기타 이유로 문화원을 아직 설치하지는 못했지만 주요 교류지역인 경우 홍보관을 파견하여 문화교류를 수행한다.  


           <그림 2> 문화홍보관 파견 현황('21.12. 기준)

출처: 한국문화원 안내 해외문화홍보원 (kocis.go.kr)


 한국문화원이 설립되었을 때만 해도, 세계  한국은 냉전으로 인한 분단의 이미지가 강했다.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우세했던 탓에 해외의 한국문화원 설립목적은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의 긍정적 이미지 홍보였다. ‘홍보 목적이었던 만큼 우리의 문화를 해외에 ‘일방적으로 알리는 활동이 주를 이루었고,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홍보 방안을 찾는 것이 문화예술분야의 국정 과제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문화원 운영방향 또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  홍보하기 위해 설립되었던 한국문화원은 지금 한국에 대한 총체적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인의 문화원장 외에 전시  교류 분야의 전문인력을 채용하여 사업운영에 보다 전문성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문화원 설립지역도 과거 선진국 중심에서 한류 수요 밀집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대외수요를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화원 운영 역량에 대한 지적이 뒤따른다. 바로 매년 진화하는 한국문화 수요에 문화원이 그만한 대응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한류에 대한 다양한 조사(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류 현황 지수’, ‘한류 소비행동’, 한국문화산업 교류재단 '한류 호감 저해요인) 따르면 한류를 나타내는 각종 수치 지역별매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며 변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동에 대한 소식은 국내에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못할 뿐 아니라, 변동이 일어나는 현지에서조차 그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급격한 환경변화가 일어날수록 조직이 그에 맞춰 어떠한 역량을 제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한국문화원의 부족한 역량을 문화원의 모호한 법적 정체성에서 찾고자 한다.


현재 한국문화원의 법적 지위는 문체부가 아닌 외교부 소속의 정부조직이다. 외교부 재외공관의 부속시설로 설치  운영되지만 문화원 사업기획  제반 업무는 대부분 문체부 관할이라는 특이한 구조로 운영된다.  개의 관할 부처를 지님으로서 여러 가지 법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빠르게 진화하는 외부 변화에 부응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는 숙명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교부 소속의 정부조직이므로 문체부 출신 문화원장은 현지 대사의 하부 인력으로서 여겨지며 문화원 자체가 외교부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위치라는 것이 암묵적인 인식이다. 자율적 운영이 불가함으로 여러 운영의 한계가 발생한다. 일회성 행사 중심의 운영이 증가하게 되고, 유관기관과의 장기적이고도 적극적인 협업이 미흡하게 되어 한해 행사 횟수만 채우기에 급급한 사태도 발생한다.


사실 한국문화원의 비 자율적 조직운영에 대한 문제는 1970년대 한국문화원이 처음 설립될 당시부터 제기되어왔다. 또한 2013년 정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도 외교부 직제에 근거한 문화원의 현행 구조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며, 한국문화원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하여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거론되었다.


대외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전선에 위치한 기관인 만큼 민첩한 대응을 위한 자율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러 번 인정된 셈이다.


이를 위해 자율적 운영의 선례로 유명한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프랑스 문화원(Alliance Francais),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의 예시를 참고하여 지속적으로 한국문화원의 역할 수행을 위한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기 문화원들의 공통점은 모두 공법인 형태라는 것이다.


공법인이란 본질적으로 국가가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 사무 중에서 업무추진의 효율성이나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법인을 만든 뒤, 동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업무를 수행하지만, 어느 정도의 독점적 지위 보장이 가능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물론 상기 3국의 경우 문화예술 문화의 성숙도가 높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주무부처가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팔길이 원칙'*에 따라 조직운영에 있어 세부적인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팔길이 원칙:  정부는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동시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법인 형태와 비교적 성숙한 문화 덕택에 영국, 프랑스, 독일 문화원들은 표면상으로는 정부 소속기관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 유치를 도모하며, 정부예산편성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조직을 운영해간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에서도 한국문화원의 발전을 위한 운영전략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18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발표한 한국문화 글로벌 확산전략(2018~2022)에 따르면 ‘재외 한국문화원을 한류 전진기지로서의 육성’이 3번째 추진전략으로 제시되어있으며 프로그램 다양화, 성과중심 운영체제로 개편, 인프라 확충 및 다기능화를 그 실천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3개의 추진전략 아래에 '재외 한국문화원을 한류 전진기지로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이 제시되어있다. 하지만 목표기간인 2022 상반기에 접어든 현재,  전략들  과연  개나 실질적으로 달성이 되었을지 자문이 필요하다.


한류의 확산과 진화로 인해 한국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문화원은 해외 거점으로써 대외 홍보 및 문화교류의 최전선에 위치한 조직이다.


대응력 강화를 위해서는 조직의 독립성 및 자율성,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단 관여된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축소해야 함도 확실하다.


물론 자율적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현재 한국문화원의 모든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조직 및 외교부, 문체부의 산하기관으로 구분되어있는 한국문화원의 법적 지위를 하루아침에 변경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혹여나 공법인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상기 문화원들이 운영되는 국가의 분위기와 국내 국정 분위기는 엄연한 차이가 있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법인으로의 전환이 최소한 대외 흐름의 변동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처럼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현지 흐름을 세세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한국문화 공급을 제시하는 것보다 중요한 국정과제가 있을까?


현재의 한국문화원은 외교부와 문체부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법적 지위로 인해 너무 많은 인원이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배가 산으로 갔을 때 극복이 가능한 경우는 1인 기업 및 스타트업일 때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정과제는 배가 산으로 가기 않게끔 사전에 조율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현재 한국문화원 역할에 가장 적합한 법적 지위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진화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 운영방안을 모색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1. 김휘정(2013). 국제문화교류 진흥을 위한 한국문화원의 법적 위상 재정립 방안. 문화산업 연구

2. 이종열 등(2012), 해외 각국 문화원 운영 실태 조사ㆍ분석을 통한 시사점 분석, 문화체육관광부

3.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3), 국제문화교류 지원 개선을 위한 조직설계 방안 연구

4. 정정숙(2012), 국제문화교류 진흥방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5. 채지영(2012). 한류 확산을 위한 재외 한국문화원 활용 연구. 예술경영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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