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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줍줍 Jan 06. 2022

한류와 K-접두어

문화체육관광부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바탕으로

2020년 7월 한류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신한류란 2020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새로운 유형의 한류로서 한류 4.0이라고도 불린다. 


기존의 한류와 가장 큰 차이점은 대중문화 중심의 기존 산업이 생활용품, 의류 등과 같은 연관산업으로 확대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 계획'의 핵심 내용은 기존 대중문화에만 국한되어 있었던 한류의 중심을 연관산업으로 확장시키는 한류의 외연 확대를 정부가 앞장서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한류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추진전략이 담긴 본 계획에는 신한류 진흥을 위한 문체부의 다양한 사업계획이 소개되는데, 그중 끊임없이 등장하는 K 접두어가 눈길을 끈다.


말 그대로 K 접두어는 모든 산업 앞에 K가 붙여지는 것을 뜻한다. K 패션, K 방역, K 코스메딕 등... 


이렇게 K 접두어가 붙는 이유는 정부가 신한류의 영문명칭이자 국제 홍보 브랜드로 케이-컬처(K-Culture)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K가 Korea의 접두어이므로 K-Culture를 달리 말하면 곧 한국-문화이다. 물론 조금 더 섬세한 작명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한류의 핵심인 K-Pop과 연동되는 작명으로 K-Culture는 한국문화 전반을 위한 홍보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기존 대중문화에만 국한되어있던 한류를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대시키겠다는 포부가 엿보이는 명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부 계획에서조차 K 접두어는 연달아 등장한다. 가령, K-피쉬, K-포럼, K-세일 등과 같은 명칭들은 과연 어떤 콘텐츠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인지 한국인임에도 그 뜻과 정체성을 알 수 없어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과도한 K의 사용이 불편한 이유는 한류 진흥을 위한 K접두어가 한류의 본질과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한류는 내부(한국)에서 한국문화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 외부(해외)에서 한국문화 콘텐츠의 독창성 및 높은 완성도에 훌륭한 평가를 보내며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다. 한류(Korean Wave)라는 명칭 자체가 90년대 외부(중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던 것처럼  K접두어 역시 국제 언론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고, 점차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본 국인 한국에까지 전달되었다. 그렇게 K접두어는 외부로부터 시작되어 국제뉴스 헤드라인에 한국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접두어로써 등장해 온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확산되어 온 한류를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브랜딩 하며 수출하고자 할 때 일부는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K접두어가 한국발 사용으로 갈수록 빈번해지며 급기야 그저 제조국을 나타내는 Made in Korea 정도의 의미 전달로 변모하고 있다. 일반인들이야 그럴 수 있다손 쳐도, 한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산업에 대한 올바른 연관 지식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문체부가 발표한 공식 계획에서도 K접두어 콘텐츠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한국인으로서도 생경한 단어가 많으며, 무슨 의미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추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문화 콘텐츠의 우수한 결과물을 뜻해야 하는 ‘K‘가 결과가 아닌 그저 한국산 콘텐츠를 나타내는 정보로써 사용될 때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류의 본질이 외부로부터 시작된 것이니만큼 내부로부터 한류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질 때는 수요자인 외부에 대해 보다 세심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Inward 였던 한류의 방향을 Outward로 전환하고자 할 때는 보다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K접두어의 남용이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국가브랜드의 신뢰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단계이기 때문에 결과물의 질이 보장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명을 나타내는 접두어를 모조리 삽입하는 것은 고품질의 콘텐츠로 한류의 브랜드화를 구축해가려는 정부의 또 다른 전략과도 반하는 것이다. 결과물의 품질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존의 K가 내포하는 한국문화에 대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오히려 격하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알파벳 K가 우리만의 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한국인 입장에서 K의 잦은 노출은 마치 알파벳 K를 Korea와 동일화시키려는 문화제국주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베트남의 영문 명칭이 V로 시작한다고, 베트남의 모든 생산물에 V를 접두어로 붙인다면 아무리 베트남 문화에 우호적인 사람이라도 결국엔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세 번째는 대부분의 한류 결과물이 민간의 영역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류의 주체가 민간이고, 공공은 그 주체가 결과물을 내기 전까지의 과정을 충분히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문화예술이라는 특유의 비경계성으로 인해 주체와 객체의 정의가 어딘가에 명시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공공에서 민간의 결과물을 활용할 때는 민간에서 결과물을 내기까지 소요되었던 시간과 노력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공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충분한 고민과 연구 없이 붙인 K접두어로 인해 민간에서 공들여 생산한 고품질의 콘텐츠까지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의 역할이란 경제적, 외교적, 사회적 요인 등으로 인해 민간의 영역에서 시도하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류의 영역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선행단계 없이 무조건 민간의 결과물의 표면적 특징만을 그대로 따라 해 이른바 복붙(복사, 붙여넣기)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K접두어 전략은 그 의도가 얼마나 우호적인지와는 상관없이 생각보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2020),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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