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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 뭐지? 외국은 여름에 뭘 먹지?

삼계탕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보양 음식

by HARU

매년 여름 가장 더운 시기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하는 세 번의 복날이 찾아오는데,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복날에는 그 해의 더위를 다스리고 몸을 보양하기 위해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다는 '복달임' 문화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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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는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避暑)'라는 말도 많이 사용했고, 선조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을 찾아가 노는 풍습도 있었다.


원래 복날이란 사람인(人) 변에 개견(犬)자가 합쳐진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무더위에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지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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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면 활동하기도 어려워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데, 인간의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땀을 흘리거나 혈관을 넓혀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몸에 쌓인 열을 체외로 원활히 내보낼 수 없으면 위장장애나 식욕부진, 수면 부족, 두통, 발열 등의 증세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 '더위 먹었다'는 표현을 쓰곤 했다.

요즘은 반대로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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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하면 삼계탕인데, 사실 과거에는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보신탕이었다.

원래 이름은 개장국이라 개고기 대신 소고기가 들어간 육개장, 닭고기가 들어간 닭개장의 이름도 거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야만적인 것으로 소개되는 바람에 개고기를 팔던 수많은 음식점이 보신탕으로 간판을 고쳐달았다더라.


아니, 서양에서도 우리가 잘 먹지 않는 식재료를 먹듯이 모든 국가가 그 나라 고유의 음식 취향이 있다.

하지만 당시엔 서구 문화가 무조건 선진적이고 옳다라는 시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 영향을 받아 지금은 보신탕은 마이너한 음식이 되어 일부 어르신들만 드시는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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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여름 보양식하면 어린 닭에 인삼, 마늘,대추, 밤, 찹쌀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 삼계탕이 대표주자이다.

능이버섯이나 흰닭이 아닌 오골계를 쓰면 가격이 배로 뛰기도 하고, 문어, 낙지, 전복, 새우 같은 해산물을 넣은 삼계탕은 해신탕이라고도 부른다.


요즘엔 삼계탕용 부재료들을 따로 담아서 파는 제품들도 있고, 코로나 시기 이후로는 밀키트나 레토르트 삼계탕이 유행하면서 전문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해먹기가 편해졌다. 단순히 데우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또 한 마리를 다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한 반계탕도 있고 닭다리만 들어간 제품도 있다.

나도 10대, 20대 때는 삼계탕 한 그릇 정도는 가볍게 뚝딱 해치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반계탕 정도가 부담스럽지 않고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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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복날을 챙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실내 활동이 많아진데다가 지금은 먹을 것이 부족한 보릿고개도 없을 뿐더러 평소에도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잘 챙겨 먹고

각종 영양제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많아져서 복달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에게는 점점 삼계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비해 닭고기를 먹지 않는 종교는 거의 없는데다가 다른 한국 음식에 비해 맵지도 않고 향이 강하지도 않아서 거부감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여름에 삼계탕을 찾지만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주로 추운 겨울철에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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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의 여름 보양식에 대해서도 찾아보니, 먼저 중국의 여름 보양식은

청나라 때 처음 만들어진 '불도장(佛跳牆)'이다.

상어 지느러미, 송이버섯, 해삼, 전복, 인삼, 건조개, 사슴 꼬리, 자라 등 중국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18 종류의 산해진미와 동충하초, 각종 버섯, 죽순과 구기자 등의 각종 약재를 중국의 전통주인 소홍주 항아리에 담아 연잎으로 밀봉한 후에 5시간 이상을 고아서 내놓는 최고급 보양 음식이라고 한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스님이 이 음식의 냄새를 맡더니 참선도 포기하고 담장을 뛰어넘어 파계했다 라는 한편의 시에서 불교의 '불(佛)', 도약할 때의 '도(跳)' 불도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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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는 팥빙수가 있다면 중국 서남부 지역의 유명한 여름 디저트로는 '빙펀'이 있다.

차갑게 식힌 젤리 위에 흑설탕과 과일이나 견과류 등 여러 가지 토핑을 얹어서 먹는 간식인데, 매운 요리를 파는 가게에서도 팔고 길거리에서도 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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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근대화 이전까지 육식을 금했기 때문에 대표적인 보양식은 우나기라고 하는 민물장어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돼서 여름철에 체력을 보강하는 데는 제격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장어는 스테미너의 상징이다. 참고로 아나고는 바닷장어 또는 붕장어고, 하모는 갯장어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보통 장어를 꼬챙이에 끼워 양념을 발라 굽는 카바야키를 먹는데, '도요노우시노히'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복날에 해당하는 날에는 장어덮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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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네모난 찬합에 담은 밥 위에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양념을 발라서 구운 장어를 자르지 않고 통으로 얹어서 내는 건 '우나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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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고야 지방에서는 잘게 잘라 밥 위에 얹어 그대로 먹기도 하고, 김이나 쪽파, 와사비 등을 얹어서 먹기도 하고, 장어뼈를 우린 육수나 녹차 등을 부어서 먹기도 하는데 이건 '히츠마부시'라고 한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파는 것처럼 동그란 그릇에 담긴 저렴한 버전은 그냥 '우나동'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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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태국으로 가보자.

'똠양꿍'은 새우를 주재료로 레몬그라스나 고수와 같은 각종 향신료를 첨가해서 만든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을 지닌 국물 음식이다.


1년 내내 여름인 태국에서 몸의 열을 내려주고 식욕을 돋우며 소화를 촉진하는 보양식으로 자리를 잡아,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2011년에는 태국의 국가무형유산 목록으로도 지정되었는데 새콤한 맛을 즐기는 나도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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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는 여름에 '세비체'를 즐겨 먹는다.

생선 살이나 오징어, 새우, 조개 등을 얇게 썰어서 레몬즙이나 라임즙과 같은 산에 절이면 살이 단단해지고 꼬들꼬들해지는데 거기에 잘게 다진 채소와 함께 소스를 끼얹어 차갑게 먹는 해파리 냉채 같은 음식이다.


레몬즙은 비타민 C가 풍부해서 더위와 강한 햇빛으로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원기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시원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일품이어서 마치 한국의 물회처럼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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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페인의 '가스파초'.

아프리카 대륙과 마주보고 있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된 가스파초는 잘 익은 토마토와 오이, 피망, 샐러리, 양파, 올리브오일, 식초, 소금, 얼음 등을 넣고 갈아서 만든 차가운 수프다.


더운 여름에 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채소의 비타민도 파괴되지 않아서 마시는 샐러드라고도 한다.

무더운 여름철에 입맛을 돌게 하는 전채요리로 많이 먹기도 하고 영양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서 여름철에 기력을 회복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스페인에는 지역마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서로 다른 레시피의 다양한 가스파초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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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가보자.

불에 올려놓은 냄비라는 뜻의 '포토푀'는 마치 갈비탕처럼 커다란 냄비에 고기, 채소, 향신료 등 영양소가 풍부한 재료들을 넣고 오랜시간 끓여서 만든 음식인데 프랑스 요리 중에서도 대표적인 가정요리이자 수백 년 전부터 먹어온 서민들의 보양식이다.


열량과 영양가가 높은 고지방 고단백 요리이자 여러가지 채소가 들어가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또 소고기와 채소의 영양분이 우러난 국물은 기력회복에도 효과가 좋아서 프랑스인들은 이 국물에 빵을 찍어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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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가보자.

'캐서롤'은 원래 오븐에 직접 놓을 수 있는 두껍고 평평한 용기를 말하는데, 이 캐서롤에 양파와 감자, 당근, 브로콜리 등의 야채와 고기를 넣고 오븐에서 천천히 익힌 다음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두고 떠먹는 음식 자체를 캐서롤이라고 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여름에 사슴고기를 사용한 캐서롤을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사슴고기는 우리한테는 익숙하지 않지만 지방이 적고 영양이 풍부해서 근육의 피로도를 낮추고 식욕과 수면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있어 입맛이 없고 밤잠을 설치기 쉬운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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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미국인데, 이건 보양식이라기보다 미국인들이 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바로 '바비큐'! 원래는 고기를 큰 덩어리째로 불을 쬐어 구워내는 요리법을 말한다. 원래는 낮은 온도의 열과 연기로 오랜 시간을 들여서 완성하지만 지금은 직접 굽는 직화구이와 간접열로 굽는 방법 및 훈연 등을 모두 포함해서 바비큐라고 통칭한다. 줄여서 BBQ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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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눈만 녹으면 바비큐 준비를 한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여름이 시작되는 5월 말부터 여름이 끝나가는 9월 첫째주까지 바비큐를 즐긴다고 한다. 한마디로 미국인에게는 일종의 소울푸드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전통 요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마당이 있는 대부분의 가정에는 바비큐 설비가 있고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경우에는 공용 바비큐장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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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숯불갈비나 삼겹살을 코리안 바비큐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 야외가 아닌 환풍장치가 설치된 실내에서 바비큐를 한다는 걸 신기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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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각 주마다 즐겨 먹는 고기의 부위나 굽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게 발달되어 왔는데, 얼마 전에 MBC에서 방영된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에서도 다뤄진 텍사스 바베큐는 우리나라에서도 무척 유명해서 전국 대도시에는 텍사스 스타일의 바베큐 전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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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처서를 지나 9월까지도 내내 더웠는데 말복때 부추를 듬뿍 얹은 오리백숙 먹기를 잘한 것 같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제 목소리를 통해 이 에피소드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ttps://youtu.be/opsIL0X2-wA?si=N5q-9uS6dhlTLlR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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