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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때문에 김밥 가격이 오른다고?

한국은 아열대 기후로 진입중!

by HARU

지난 6월 서울 혜화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프랑스 란팅의 아시아 최초 단독 사진전을 보고 왔다.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과학자의 머리와 사냥꾼의 심장, 시인의 눈을 가졌다고 찬사를 보내는 세계적인 야생 사진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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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에서는 그가 40년에 걸쳐 남극, 아프리카 대륙,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에서 포착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야생동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사진에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손대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었을 때 자연이 스스로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기대감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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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꼽자면,

남극의 기온이 올라가 질퍽해진 눈길을 펭귄 무리가 걸어가며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극지방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가 이 사진 한 장을 통해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2018년에 국립기상과학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계절은 100년 전과 비교해 여름은 19일이 증가하고 겨울은 18일이 짧아졌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예전보다 한반도의 겨울은 짧아지고, 봄이 일찍 찾아오며, 무더운 여름은 더 길어졌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워왔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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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은 온대 기후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 국토의 6%가 아열대 기후라고 한다.

아열대 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그리고 8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후를 말하는데

앞으로 6년 후인 2030년대에 들어서면 국토의 18%, 그리고 2050년대에는 충격적이게도 국토의 절반이 넘는 56%가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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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열대 기후 하면 달콤한 과일이 떠오른다.

한국의 기후가 변하면서 우리나라의 과일 재배지도 점점 북상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국내산 과일인 사과의 경우에는 경북지역의 재배지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강원도의 사과 재배지는 증가하는 중이다.


또 제주도의 특산품으로 잘 알려진 한라봉은 이제 중부지역에서도 재배를 시작했고, 게다가 태국, 베트남 등의 대표적인 아열대 과일인 망고 같은 경우는 2001년부터 이미 제주에서 첫 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지중해의 특산물로 잘 알려진 올리브 역시 2020년부터 제주와 전남, 경남 등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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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과연 점점 더워지는 게 그래도 추운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에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가 떠오른다. 영화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자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가 교란되고, 그로 인해 갖가지 재난 현상이 발생한다.

하늘에서는 테니스공만한 우박이 떨어지고, 여러 개의 거대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도시를 강타하고, 해수면이 상승해서 쓰나미가 해안 도시를 덮치고, 심지어 미국 뉴욕은 사상 최대의 눈보라로 뒤덮이고 말았다.


아니 기온이 점점 올라가서 지구가 뜨거워진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빙하시대라니!

영화에서는 이 사태를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인간들은 자연 앞에 무력했고 자연 스스로가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당시에 영화를 봤을 땐 너무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라 설마~라고 생각했다.

"이건 과학적으로도 말이 안 되지!"

"영화적 과장이 심하네!"라고 생각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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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년 전을 돌이켜보면 미국 텍사스에서도 한파로 인한 재난이 발생했던 일이 떠오른다.

원래 텍사스는 겨울에도 10도 이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 지역이라 난방 시설이나 겨울옷을 제대로 갖출 필요가 없었는데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영하 22도의 한파가 들이닥친 거다.

사실 한파 그 자체보다도 난방을 위한 에너지가 고갈되고 수도관이나 허수도의 동파로 인해 도시 인프라가 마비되면서 더욱 피해가 컸다고 한다.

게다가 눈이 많이 내리니 주민들은 연료나 식료품을 구하러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아르헨티나에 60년 만에 강추위가 찾아왔다는 뉴스를 봤다.

아르헨티나는 보통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데 지난 6월 말부터는 이례적인 남극 추위가아르헨티나의 전 국토를 덮쳤다고 한다. 이 한파로 인해 아르헨티나 전역이 마치 겨울 왕국처럼 변했다고.


그래서 20년 전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영화 '투모로우'에 대한 생각도

"어라? 이거 말이 될 수도 있겠는데!"하고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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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기후위기'라고 하면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서 김값이 폭등했다.

왜냐하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공급량이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거다.


그렇다면 김가격과 지구온난화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실 한 해의 김 수확량을 좌우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수온이라고 한다.

수온이 높아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빠르게 증식하는데 얘네들이 김의 영양분을 가로채는 거다.


보통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는 대개 11월부터 4월까지 1년에 7번 정도 김을 수확하는데 수온이 높아지면 김이 잘 자라지 않아서 수확 횟수도 6번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게다가 김을 뜯어 먹는 물고기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대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폭풍우도 강해지는데 이로 인해 김의 양식시설이 파괴되기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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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같은 경우에는 김 수확량이 해마다 급감해서 과거에는 일년에 백억장이 넘던 마른김의 생산량이

최근에는 그 절반인 오십억장을 밑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김이 40%나 급증했다.

또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김밥이 유행하면서 한국 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자 당연히 김값이 폭등하고 이제는 김밥의 가격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거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김과 김밥의 가격이 오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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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와 같은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온실가스가 지구를 둘러싸고는 우주로 배출되어야 하는 열을 잡아 두고 있는 거다.


이 온실가스는 인간이 시멘트나 철강, 플라스틱 등을 제조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비행기, 자동차, 배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대량으로 배출하고 있는데, 전부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의 문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한 만큼 거기에 대한 영수증을 돌려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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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건, 이러한 산업은 어느 하나도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멈출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라도 줄이기 위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소소하지만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찾아봤다.


일단, 걸어서 1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은 걸어간다.

그리고 차가 있긴 하지만 서울에 갈 때는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실, 서울에서 운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겁이 난다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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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트나 편의점에 갈 때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에코백을 챙겨간다.

사실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서 들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좀 창피하다는 점도 있다.

또 요즘은 명세서나 고지서를 우편으로 받기보다는 E-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받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야 늘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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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밖에 나가면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다니기보다는 카페에 앉아서 머그컵이나 유리잔에 담긴 음료를 마시거나 아예 집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아서 가지고 나간다.

길거리 아무데나 버려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컵을 보면 화가 날 때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무언가가 필요할 때는, 만약 꼭 새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일단 중고 물품 사이트를 먼저 검색해 본다. 중고차를 비롯해 가방이나 의류, 그리고 책도 중고로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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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기반찬은 하루에 한끼만 먹고 있다.

아니 고기랑 지구온난화가 무슨 상관인데?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먹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한 해에 20억 마리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는데 가축들이 트림이나 방귀로 배출하는 메탄가스, 목축을 위한 벌목, 그리고 방대한 양의 사료 생산과 소비까지 포함하면 축산업 전체에서 배출하는 온실 가스가 지구에서 발생하는 전체 배출량의 무려 15%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건 무리라서 고기반찬은 하루에 한 번만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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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의 행동이 당장 결과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건 잘 알지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소소한 일들은 내 생활에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또 내가 괴롭지 않은 선에서 지구를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구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좀 더 걷고 덜 먹으면 내 자신의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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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기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을 찾아봤는데, 너무 비관적이거나 지나치게 겁을 주는 영상들이 많아서 좀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빙하기에도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남아서 지금 우리에게 DNA를 남겨 주었다.

그러니 당시보다 훨씬 생활 조건이 좋은 현대 인류는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해 내리라고 믿고 싶다.

또 빙하기를 잘 견뎌낸 구석기 인류가 동굴에서 나와, 정착생활과 농경을 시작하면서 신석기 시대를 맞이했듯이 지금의 이 위기를 잘 견뎌낸 인류는 또 다른 멋진 문명을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제 목소리를 통해 이 에피소드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ttps://youtu.be/37YHCzxpysA?si=9HsRyFVQ4_TNGD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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