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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달빛 Mar 04. 2021

창조적인 빈둥거림

진정으로 행복한 삶 살아가기

누군가 꿈이 '돈 많은 백수 되기'라고 하던데 사실 누군가가 아니라 나도 돈 걱정 없이 백수의 삶을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돈 많은'이라는 말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돈은 없지만 시간 부자인 난 나름 백수의 삶을 잘 보내고 있다. 요즘은 젊었을 때부터 노후 대비를 위해 야무지게 재테크를 한다지만 '돈'이 우선시되는 것은 지양하고 싶다. '부자'이지만 삶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가난' 하지만 자신만의 삶 안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고 싶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라는 책도 있듯이 난 어느 조직에 들어가서 능력을 인정받고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회사가 맞지 않음을 잘 안다.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는 '안정성'을 보장받는다는 진리 같은 허구. 그 신념이 오랫동안 나를 가뒀는지 모르겠다. 좀 더 다양하게 나의 삶을 만들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게 만들고 나 자신도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내면은 계속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회사를 다녀야지라는 깊게 박힌 고정관념.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월급쟁이가 낫다지만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행복하냐고 물었다면 난 쉽게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불안과 불행의 나날이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하는 거지 넌 왜 이렇게 유별나냐라는 말에 수없이 나 자신을 다그치고 미워했던 지난 나날들이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은 예전보다 나를 더 돌아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무엇을 해야 '나' 다운 삶을 사는지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삶에 '돈'이 등장할 때마다 잠시 잊고 있었던 현실과 마주하지만 괜찮다. 비록 지금은 가난할지라도 나의 창조적 활동이 빛을 보길 기대해본다.(긍정적 사고는 이럴 때 아주 유용하다.)



내 안에 작은 씨앗들이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프 코치로 활동 중인 어니 젤린스키의 '일하지 않아도 좋아(300만 실업자 시대의 행복 찾기)'라는 책을 읽으며 '창조적인 빈둥거림'이라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실제로 저자는 엔지니어로 일하던 회사에서 29살에 해고당한 뒤 불행했던 직장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저자는 일하지 않는 시간은 게으름 피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와 만족을 추구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생산적인 휴식', '창조적인 빈둥거림'이라는 말이 노동을 하지 않은 현재의 나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일중심의 사회 속에서 고된 노동은 인간의 창조성을 파괴한다고 말하며 느긋하게 빈둥거리는 시간의 중요성을 말한다.


요즘 일러스트, 사진, 음악,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공유하고 사고팔 수 있는 한 커뮤니티에 부족한 솜씨지만 일러스트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에는 사진과 캘리그래피, 상업용 일러스트를 올리고 있다. 브런치에는 글을 올리고 있다. 회사를 다녔다면 절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일들을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어떠한 수익이 나거나 경제활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내가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 글로 사진으로 표현하는 일은 돈보다도 소중한 창조적 활동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그 생각들을 창작물로 표현한 작품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일은 내 삶에 설렘과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창조성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다. 반드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하는 것만이 창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안의 숨어있는 창조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지 그럴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지만 지금은 꾸준히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니 젤린스키는 지금을 산다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음미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음악을 즐길 줄 알아야 하고, 일몰을 감상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귀한 순간들은 날아가버린다. 작은 눈송이조차 똑같은 것이 없고 일몰도 제각각 다르다. 아침에 눈 떴을 때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꽃 향기를 감상하고 나무의 결을 온몸으로 느껴보라.


창조적 삶은 겉으로는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열심히 꽃을 피우기 위해 분주하다. 내 안에서는 작은 씨앗들이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씨앗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자주 들여다보고 가꿔야 한다. 결국 창조적인 삶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내면을 가꾸는 일이다. 사회가 정해 놓은 삶의 틀을 깨고 창조적인 삶으로 진정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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