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한 달빛 Apr 12. 2021

세상을 담은 소녀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① - 피터 시스의 <마들렌카>

"이야호! 여러분, 내 이가 흔들려요!"


기쁜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들렌카. 그런데 마들렌카가 사는 동네는 특별한 곳이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전 세계를 여행한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여행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해외여행이 흔해진 요즘이지만 처음으로 해외여행 갔다 온 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러던 중 삼십 대의 마지막에 마음의 방황을 겪으며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해서 혼자 떠났던 부산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요번 휴가 때는 이 나라에 가고 연차를 사용해서 짧게 저 나라도 다녀와야지 했던 것이 얼마 전의 일이다.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과연 예전처럼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국내여행도 마음껏 호흡하고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음미하는 여행은 이제 간절하고 더없이 소중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피터 시스의 그림책 '마들렌카'에 나오는 동네에 살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웃는다. 이가 흔들리는 기쁜 소식을 동네 사람들에게 일리는 마들렌카. 첫 번째로 프랑스에서 온 빵가게 주인 가스통 아저씨에게 알린다. 다음으로는 신문을 파는 인도 싱 아저씨, 그다음으로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이탈리아 차오 아저씨, 그다음으로는 창가에 앉아 있는 독일의 그림 아줌마,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꽃가게의 에두아르도 아저씨....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가게의 창문을 통해 그 나라의 세계와 문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 시스의 마들렌카




그림책을 읽고 나면 뉴욕에서부터 아시아까지 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 든다. 그리고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린 소녀에게는 큰 사건인 이가 빠진 이야기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미소 짓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여행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나'와 '세계'를 만나게 해 준다. 별 것 아닌 것에 절로 나오는 웃음, 좁았던 마음의 문이 확장되는 경험, 실수한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되는 여행.

예전처럼 마음의 여유를 즐기며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