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한 달빛 Apr 14. 2021

희망이라는 선물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② - 숀 탠의 <빨간 나무>

세상은 귀머리 기계. 마음도 머리도 없는 기계.

하루가 끝나가도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득 바로 옆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밝고 빛나는 모습으로, 내가 바라던 바로 그 모습으로.

- <빨간 나무> 중에서 -






오랜만에 주말에 가던 산을 평일 오전에 갔다 왔다. 그런데 오늘따라 숲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새의 활기찬 움직임, 조심스럽고 수줍은 나비의 움직임, 오늘따라 더 반가운 딱따구리 소리, 그리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연두색의 나뭇잎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뻗어있는 나무의 형체는 마치 행위 예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숲의 친구들은 덩달아 춤을 춘다. 땅에 떨어진 벚꽃은 눈꽃처럼 살포시 앉아 있다.


같은 것이 없다. 같은 나무라도 같은 잎이라도 같은 꽃이라도 모두 다르다. 다르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비교하는 것 없이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꽃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나무는 나무대로 잎은 잎대로 흐뭇하게 바라보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살면서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이 있겠지만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것 같은 데 왜 나한테는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걸까? 검은 불행의 그림자가 내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행복을 느낄 때마다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숀 탠의 빨간 나무



숀 탠의 '빨간 나무'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런 날을 묘사한다. 점점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점점 나빠져만 간다. 어둠은 항상 나를 따라다니고 세상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때론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비켜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자신 앞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밝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빨간 나뭇잎. 그리고 그 나뭇잎은 점점 피어 올라 자신 앞에 우뚝 선 빨간 나무가 되어 희망을 선물한다.


자신이 가는 길이 두렵고 희망은 보이지 않고 어둠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난 그럴 때 숀 탠의 '빨간 나무'를 꺼내 본다. 그리고 산을 오른다. 숲에서 받은 생명의 기운은 나에게 빨간 나무가 되어 나답게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해준다.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을 담은 소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