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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달빛 Apr 24. 2021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③ - 김승연의 <여우모자>

"아이들은 꼭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요?

좋아하는 장난감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상한 아이인가요?"

- <여우모자> 중에서 -







내성적인 성격인 나는 학창 시절 활발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밝아지고 말도 많아지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한 없이 조용한 학생이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먼저 나서서 하는 타입도 아닐뿐더러 주목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인맥관리도 하나의 능력이 되는 사회에서 좁은 인간관계는 꽤 오랫동안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 관계가 옳지 않더라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내면에서는 상처를 받고 있지만 겉으론 쿨한 척 넘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더 많이 웃고 더 밝게 행동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인간관계는 마음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결국 타고난 내향인인 난 외향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내향적인 성격이든, 외향적인 성격이든 각자의 성격을 그대로 인정하면 되는 것을 왜 오랫동안 이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 했을까? 아마도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인 성격보다 타인에게 주목과 인정을 받는 것이 좀 더 수월한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이다.


외부보다 내부의 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때 좀 더 나 다워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방황을 했다.




김승연의 <여우모자>


김승연의 <여우모자>에 등장하는 소녀도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이 꽤 고민이 된 모양이다.


소녀는 누군가 말 걸어오는 것이 신경 쓰여 산책을 할 때도 일부러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간다. 그날도 혼자 있고 싶어 숲으로 간 소녀.

숲에서 소녀는 먹을 것을 구하러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엄마 여우를 만난다. 그리고 엄마 여우는 소녀에게 아기 여우를 봐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동물 키우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 생각에 소녀는 혼이 날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집 앞에 도착하자 아기 여우는 소녀의 머리 위로 올라갔고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말한다.


"우와! 우리 딸, 멋진 여우모자를 썼구나."


여우모자를 쓴 소녀는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사게 되고 어느새 마을에서 인기인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 여우가 돌아오자 소녀는 아기 여우와 헤어질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다시 혼자되는 것이 싫다. 슬퍼하는 소녀에게 엄마는 아기 여우를 엄마 여우에게 보내주자고 말한다.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소녀는 세상 밖으로 나와 마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지내게 된다.







자신의 타고난 성격이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성향이 더 우월하고 더 옳다고 할 수도 없다. 단지 타고난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 답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나가면 되지 않을까?


인간관계 전문 컨설턴트인 데보라 잭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시 정지, 탐색과 정보처리, 속도 유지가 그것인데 집중력과 신중함을 가진 내성적인 사람들은 먼저 말하기보다 잠시 멈춰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뛰어들기보다 정보를 수집하면서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위기에 휩쓸려 어울리기보다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다.(한성희,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혼자가 좋은 소녀에게 우주에서 가장 친한 친구, 아기 여우와의 우연한 만남은 소녀가 조금씩 세상과 관계를 맺는 법을 알게 해줬다. 난 무엇보다 딸에게 보여준 엄마의 태도에 주목하게 된다. 동물 키우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는 혼날까 봐 걱정하는 딸에게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멋진 여우모자를 썼다고 말한다. 엄마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딸이 세상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기까지 지켜보고 기다려준 것은 아닐까? 만약 동물을 데려온 딸에게 친구들과 어울려야지 동물을 데리고 왔다고 혼을 냈다면 소녀는 스스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우주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여우모자 하나쯤 내면에 장착하여 나 답게 세상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참고 도서

한성희.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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