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 아이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삼포세대’라는 용어는 2011년에 경향신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한 청년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를 조명하고자 탄생한 신조어인 ‘삼포세대’는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사라지기는커녕 ‘오포세대’, ‘칠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만큼 불안정한 일자리와 학자금 대출, 기약 없는 취업준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집값 등 삶에 필요한 비용들이 주는 압박이 크기 때문이리라. 오죽하면 결혼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시간적인 자유, 금전적인 자유, 공간적인 자유, 인간관계에서의 자유 등 많은 부분들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경험상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결혼을 통해 많을 걸 배울 수 있었고 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가 결혼을 하고 나면 펼쳐진다. 물론 어렵고 힘든 점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결혼생활은 개인과 개인의 연애와는 다르기에 두 삶이 포개어져 더 큰 삶이 된다. 그 삶이 주는 가르침은 생각보다 크다. 또 혼자 있을 때의 행복보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행복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결혼 후 두 배의 가족이 생긴 것은 두 배의 신경 쓸 거리를 가져다주었지만 행복도 두 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기에 나는 결혼이 개인성장의 지름길이자 자기계발의 마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삼포세대를 거친 뒤 ‘욜로생활’을 즐긴 사람이었기에 결혼은 무슨 결혼이냐며 독신을 선언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취미생활들을 찾고, 자기계발에도 아낌없이 돈을 쓰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겪으며 내가 깨달은 것은 외로움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됨으로써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었고, 그렇게 부모가 되면서 한 단계 더 어른으로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결혼을 통해 얻게 된 것은 나만의 가족이 생겼다는 것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회사를 견뎌낼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안정된 결혼생활이야말로 고된 회사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결혼을 통해 얻게 된 최고의 선물들을 몇 가지 적어본 것이다.
회사를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의지력’
최근, 우리 부부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었다. 대출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의 대출액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대출을 신청하던 그날 이후 더욱 내 직장에 애사심을 갖고 일을 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과 의지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에 있다. 여전히 나는 대출을 갚기 위해 열심히 회사에 출근하고 있으니까.
노후를 구체적으로 계획 할 수 있는 ‘추진력’
결혼하기 전의 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막연하게 노후와 미래를 걱정하기만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자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노후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세워나갈 수 있는 사람이 생기게 되어 착실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현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두루뭉술하기만 하던 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하나하나 현실로 이루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가 항상 옆에 있다는 ‘즐거움’
결혼을 하게 되자 더 이상 나는 주말이 심심할 이유가 없었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언제든 바로 떠날 수 있었고, 심지어 누구와 가야 하나 하는 고민도 할 필요가 없었다. 누구보다 가깝고, 즐겁고, 운전까지 할 수 있는 친구가 늘 내 곁에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내게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이자 그 어떤 친구보다도 가까운 베스트 프렌드를 갖게 해주었다.
부모님께 진심어린 효도를 할 수 있다는 ‘감사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자 부모님을 대하는 나 자신이 달라질 수 있었다. 결혼 전에는 형식적으로만 효도를 했다면 아이를 낳고 키워보게 되면서 부모님의 심정과 사랑의 깊이를 새롭게 느끼게 됨으로써 진심이 담긴 효도를 하게 된 것이다.
내 편이 생겼다는 ‘든든함’
결혼을 하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든든함이었다. ‘내 편이 생겼다’라는 것은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나와 함께 이 일을 나누고 극복해줄 사람이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겪게 되어도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게 그 일을 이겨내며 버텨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남의 편인 경우도 더러 있다.
개인의 성장은 배우고, 읽고, 쓰는 것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개인과 또 다른 개인이 결합함으로써 개인의 성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기 때문이다. 집안과 집안이 결합하는 과정, 새롭게 삶의 장을 한 페이지 넘김으로써 겪게 되는 새로운 고난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결혼을 재촉하시는게 아닐까?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세상을 홀로 살아갈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말이다.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내가 회사를 버틸 수 있게 해준 의지는 결혼이 만들어준, ‘가족이 주는 행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편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조금 먼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언니로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무리 세 가지, 다섯 가지, 일곱 가지를 포기하더라도 ‘결혼’ 만큼은 꼭 해보라고. ‘결혼’이야말로 포기해야 할 것만 가득해 보이는 당신의 삶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을 잔뜩 안겨줄 것이라고 말이다. 내 베스트 프랜드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물어 봐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