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골목 모퉁이를 도는데새로 생긴 피자가게에서 고소하고 맛있는 피자냄새가 났다. 그 즉시전 회사의 사무실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부장님은 유난히키가 크고, 자주 웃는 사람이었다. 부장님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큰 키와 호방한 웃음도 있겠지만사실부장님이 좋아하셨던것들에 있다.
부장님이 좋아한 첫 번째는'집사람'이었다.부장님과 잡담을 나눌 때면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었다.
'집사람'과 주말에 함께 간 좋은 장소와 맛있는 음식, '집사람'에게 선물한 옷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다. 부장님 부부는 신혼 때 매년 해외여행을 가자고 약속했고,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고도 했다. 어느 사막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웃고 있는 두 분은 다정해 보였다.
"우리 집사람이에요. 사람이 참 좋아 보이지요?"
부장님이 좋아한 두 번째는 존댓말이었다. 나이와 직급을 떠나 모든 직원에게 존대를 하였다. 어린 직원에게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 다른 부장님들 사이에서 우아한 기품이 흘러 보였다. 어느 회식 자리에선가 술기운을 빌어 존댓말의 이유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반말을 하면 말을 함부로 하는 수가 있어서 조심하는 겁니다. 같은 동료로서 존중하는 의미도 있고요."
부장님이 좋아한 세 번째는 피자였다. 팀장이었던 부장님은 부담스러운 저녁회식 대신 점심회식을 선호했다. 메뉴 선정은 큰 고민 없이 피자로 결정되었다. 부장님의 메뉴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평한 메뉴잖아요. 똑같이 나누어진 조각에 골고루 올라간 토핑까지요. 팀장이라고 따로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서 좋아합니다."
공평하고도 자연스럽게, 우리 팀은 다음날 점심시간 화덕피자를 먹으러 갔었다.
골목어귀를 돌아 나오니 피자냄새도 저 멀리 물러난다. 어느새 내 입가에는 부장님을 닮은 미소가 걸려 있다. 부장님은 눅진한 회사생활에 피자세이버 같은 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오늘 저녁에는 피자를 시켜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