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부엌 장식장에
파란색 곰돌이 빙수 가기 자리 잡고 있다.
일본 타이거사 제품인 일명 '쿄로짱' 빙수기.
복각품도 구하기 힘든 빈티지 제품으로
얼음을 갈면 곰돌이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주 귀엽다.
한 번도 얼음을 갈아본 적도 없고
이사할 때 빼고는 꺼낸 적도 없다.
남편은 그걸 뭐 하러 가지고 있냐고 핀잔주고
아들은 여름마다 빙수 만들어 먹자고 성화다.
'아끼면 똥 된다'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본래 쓰임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물건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지 싶다.
난 아끼고 있는 것이 아닌데!
눈으로 흡족해하며
언제나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다.
다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닳지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나의 진심이 드러나지 않을 뿐...
올해도 쿄로짱은
어김없이 나와 무한 눈 맞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