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53년 후
오래전 우연히 알게 된 오하라(O'Hara) 씨는 내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그가 오랜 세월 간직해 놓았던
사진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1957에서 1959년까지 주한 미군 통역사로 와 있는 동안 찍은 사진들이다.
폐기종으로 산소통의 도움을 받아야 숨을 쉬는 그는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갈 수 없다고 했다
귀한 사진들을 받으며 나는 가능한 한 그가 기억하는 한국의 그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어 가지고 보여 드리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현제 서울 중앙 우체국, 신세계백화점, 한국은행이 만나는 광장
그 당시 젊은이들이 모여 빵을 사 먹으며 데이트를 했다고 했다. 영어를 배우려는 여대생들이 그 당시에도 많았다고 했다
더 걸어 올라가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가니
이런 모습이 있지만 여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 찾는 것을 포기하다....
1957년 미아리 근처
옛 주소가 돈암동 산 3-1 이라는데
지도를 검색하여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갔으나 역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책방은 장욱진 화백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느라 서울 대학교 교수직을 내어 놓은 후 그의 부인이 운영하였던 곳이다.
그의 부인이 교과서를 판매하여 집안 살림을 꾸려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SINCE1953....
큰 서점들 때문에 작은 서점들이 견디지 못하는 이 시기에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서울만 변한 건 아니었다
내가 찍어간 서울의 사진들을 보며 너무나 신기해하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다.
"이 산소통만 아니면 너랑 같이 한국에 갈 텐데"라고 몇 번이나 말하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1957년 O'Hara군 2010년 O'Hara 옹
긴 역사로 보면 53년은 잠시인데
옛 사진 속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 많은 것을 변화시킨 참으로 긴 세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