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숙소 근처의 책방에 걸어가서 이 책 저책 꺼내어 바닥에 앉아서 읽다가
손에 잡히는 책 한 권 사가지고 나왔다.
.
키 작은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볼품없어도 꽃 색은 밝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살고
망초는 망초로 삽니다.
질경이는 질경이로 살지요.
거친 땅, 길에서 사는 질경이는
모질게 클 수밖에 없지만
기름진 땅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기품 있고 의젓합니다.
이래도 저래도 제 모습 잃지 않고
온전한 질경이로 살아갑니다.
거기서 배웁니다.
나도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구나...
-이철수-
블로그의 별명을 내 이름인 질경이로 했을 때 누군가 보고 "편안하게 살아 오진 않았나 봐요" 했다.
그 말을 듣고 별명을 바꿀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전쟁 중에 태어난 나에게 아버지가 지어주신 경이라는 이름이 질경이 경이라서 만든 별명이다. 학교 다닐 때 출석부에 한문이름을 보고 제대로 부른 선생님이 드물었다. 그때는 멋쩍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에 든다.
살아오며 내가 내 맘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고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도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장미나 백합이 될 일은 없다.
이 철수 씨의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이래도 저래도 내 모습 잃지 않고 얼마나 남은지 모르는 나의 시간을 온전하게 질경이로 살아가기로 했다.